T세포 억제 '골수 유래' M-MDSC, 중증 환자 혈액에 훨씬 많아
코로나19 중증도 예측 '생물지표' 가능성…'임상 연구 저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대다수는 경증 또는 중등도 증상에 그쳐 시간이 지나면 입원 치료 없이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한 중증 환자는 심한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치료는 사실상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의료체계의 제한적인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하면 감염자의 중증 진행을 최대한 막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코로나19 환자에 따라 위중도가 크게 다른 이유를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이 위중도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봤다.
과학자들은 M-MDSCs(단핵 골수 유래 억제 세포)라는 면역 세포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이 면역세포의 혈중 수치가 매우 높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스테미르나 테라퓨틱스(Stemirna Therapeutics) 등의 과학자들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미국 임상 연구학회가 발행하는 '임상 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실렸다.
T세포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M-MDSCs 수치가 올라가면 T세포 활성화가 억제된다는 건 이미 다른 염증 질환에서 일부 확인됐다.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폐렴을 치료할 때 주요 표적이 되는 게 폐에 나타나는 T세포와 대식세포다.
M-MDSC가 호흡기 질환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T세포 수치가 떨어지는 게 코로나19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M-MDSCs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연구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위중도가 다른 코로나19 환자 1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 환자의 혈액과 기도에서 여러 차례 샘플을 채취해, 독감 환자와 건강한 비감염자로 구성된 대조군과 비교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혈중 M-MDSCs 수치가 경증 환자나 비감염자보다 훨씬 높았다.
코로나19 환자는 비감염자보다 혈중 T세포 수치가 낮았고, T세포 기능이 손상된 징후도 나타났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감염 초기의 M-MDSCs 수위가 나중의 중증도를 미리 보여 주는 듯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코로나19가 중증으로 가는 이유와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감염 초기에 작동하는 M-MDSCs 등 선천 면역계와 T세포를 비롯한 후기 적응 면역계가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 규명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 같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카롤린스카 의대의 안나 스메드 쇠렌센 부교수는 "중증 코로나19를 예측하는 생물지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임상적으로 강한 연관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환자와 샘플 수가 많지 않다는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다.
쇠렌센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M-MDSCs, T세포, 항체 등 주요 면역계 구성 요소들의 연관 작용을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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