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테러 발생 2년째 되는날 겨냥…"자발적 급진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에서 10대 소년이 이슬람 사원 두 곳에 대한 테러를 모의하다가 체포됐다.
이 10대는 2년 전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 테러를 그대로 모방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 다인종 사회인 싱가포르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28일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내안보국(ISD)은 이슬람 사원 두 곳을 공격해 신자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16세 중등학생을 국내안보법(ISA)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기독교 개신교 신자로 인도계인 이 학생은 극우 과격주의자의 이념에 영향을 받아 체포된 첫 번째 사례이자, 테러 관련 행위에 따라 ISA 위반 혐의로 구금된 최연소자라고 ISD는 설명했다.
ISD에 따르면 이 10대는 2년 전 뉴질랜드에서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 사원 테러를 일으킨 테러범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태런트(30)는 2019년 3월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을 돌아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특히 그는 테러 행위를 헬멧에 부착한 카메라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에 생중계까지 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ISD가 밝힌 '모방 테러 계획'의 근거는 우선 범행 계획일이 뉴질랜드 테러 발생 2년이 되는 오는 3월 15일이었다는 점이다.
이 학생은 테러 대상인 이슬람 사원 두 곳을 온라인으로 미리 정찰하고, 태런트가 그랬던 것처럼 사원 두 곳 사이를 차로 이동하며 테러를 가할 계획도 세웠다는 것이다.
ISD는 "이 10대는 이슬람에 대한 강한 반감과 폭력에 매료돼 자발적으로 급진화됐다"면서 "뉴질랜드 테러 당시 영상을 봤고, 태런트의 성명서도 읽었다"고 밝혔다.
또 태런트가 했던 것처럼 테러에 앞서 문서 2개를 작성했는데 그중 하나는 이슬람에 대한 증오를 적은 성명서였다고 ISD는 밝혔다.
미완성 상태였던 이 성명서는 태런트의 성명서를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그를 성인으로 묘사했으며 폭력은 물론 뉴질랜드 테러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ISD는 전했다.
ISD는 현재까지 이 학생이 누군가를 이번 테러 계획에 끌어들이려 한 정황은 없다면서, 단독으로 테러를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K. 샨무감 내무 및 법무장관은 싱가포르 안으로 스며드는 극우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샨무감 장관은 만약 이번 테러가 성공했다면 이는 싱가포르 내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간 공포와 갈등을 조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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