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멧 틸 생가, 시카고 공식 명소 목록에 올라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아이콘 에멧 틸(1941~1955)의 생가가 시카고 시 공식 명소로 지정됐다.
시카고 시의회는 28일(현지시간)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역 우드론 지구에 소재한 틸의 생가를 시카고 사적지(Historic Landmark) 목록에 올리는 내용의 조례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사회단체 '블랙 인 그린'(Black in Green)은 작년 가을 215㎡ 규모의 이 빅토리아 건축양식 2층 주택을 18만 달러(약 2억 원)에 매입했으며, 박물관으로 꾸며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어진 지 125년 된 이 집을 '국제적인 흑인 인권 운동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동네를 지역구로 하는 지넷 테일러 시의원은 조례안 통과 후 "트레이본 마틴, 에릭 가너 이전에 에멧 틸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흑인들이 겪는 잔혹한 일들에 침묵하곤 한다"면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명소 지정 의의를 설명했다.
틸은 열네살 때이던 1955년 미시시피주의 삼촌 집에 놀러갔다가 인종적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됐다.
그는 사촌들과 함께 사탕을 사러간 한 식료품점에서 백인 여성 캐롤린 브라이언트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여성의 남편 일행에게 납치됐고, 사흘 만에 인근 강가에서 심하게 구타 당해 처참히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에서 관 뚜껑을 열어놓고 잔혹하게 폭행당한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고, 보도 사진과 함께 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시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틸 살해 용의자 로이 브라이언트와 J.밀람은 당시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1956년 1월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범행을 시인했다.
캐롤린 브라이언트는 틸이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7년 '에멧 틸의 피'(The Blood of Emmett Till)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티머시 타이슨은 캐롤린 브라이언트가 주장 일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언론은 '블랙 인 그린'을 비롯한 지역사회단체들이 틸의 생가를 명소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시카고 명소관리위원회는 작년 9월 틸의 생가를 '예비 명소' 목록에 올리고 검증 기간을 거쳤으며 결국 시 의회의 승인을 끌어냈다.
한편 시카고 공립 초등학교의 특수교육 교사였던 틸의 어머니는 1962년까지 이 집에 살다가 이사했고, 2003년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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