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로 도피했다가 13년만에 송환돼
교사 재직 4년간 성범죄 혐의만 74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호주에서 제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이스라엘로 도피해 정신이상자 행세를 했던 전직 여교사가 법정에 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호주의 전직 여교사 말카 레이퍼(54)가 아동 성범죄 혐의로 첫 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레이퍼가 구금 장소인 경찰서에서 화상으로 멜버른 법원에 출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당국의 추방 조치에 따라 무려 13년 만에 호주로 송환된 레이퍼는 코로나19 예방 조처로 격리 중이다.
그녀는 판사가 화상으로 "들립니까?"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않았고 재판 도중 침묵을 지켰다.
또 탁자 앞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퍼의 변호사는 재판에서 그녀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멜버른의 초정통파 유대 여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2004∼2008년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 11건, 성추행 47건 등 아동 상대 성범죄를 74건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동안 성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이스라엘 태생의 레이퍼는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2008년 호주에서 이스라엘로 도피했다.
그러다 2014년 호주 당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제기하자 재판을 받기 어려운 정신질환이 있다고 주장하며 버텼다.
이후 이스라엘 법원은 페이퍼가 정신 문제로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찰은 그녀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결국 이스라엘 대법원이 작년 12월 레이퍼가 정신이상자 행세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그녀의 도피 행각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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