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전 주민들 초청 '재회 주말' 구상…'시카고가 변했다' 홍보
1970년대 제조업 일자리 축소로 빈곤·범죄 만연하며 이탈 가속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인구 감소세로 미국 3대 도시 위상을 위협받고 있는 시카고시가 수년에 걸쳐 대규모로 빠져나간 흑인 인구를 되돌리겠다고 나섰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58·민주)은 시카고에 살다가 타지로 이전한 흑인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특별 이벤트 '재회 주말'(Reunion Weekend)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라이트풋 시장은 최근 MSNBC 방송에서 "미국 전역에 시카고를 새롭게 소개할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늦여름 또는 가을쯤 시카고를 떠난 흑인들을 초대해 '재회 주말' 프로그램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에 걸쳐 유독 많은 흑인을 포함한 시카고 인구가 (선벨트) 애틀랜타와 댈러스, 시카고 인근 교외 도시들로 빠져나갔다"면서 "이들은 시카고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전출을 결심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상이 정상화하는 대로 이들에게 '시카고가 변했다. 당신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할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인구 재유입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라이트풋은 지난 2019년 시카고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이 됐다.
그는 7억5000만 달러(약 8천500억 원) 규모의 '인베스트 사우스/웨스트'(Invest South/West)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남부와 서부의 흑인밀집 빈곤지역 10곳을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시카고 인구는 1950년대 362만 명으로 정점에 다다른 뒤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 2000년 센서스 조사에서 소폭 증가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흑인 인구는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시카고는 100년 전인 1920년대 산업화 바람을 타고 일자리를 찾아온 남부 흑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으나, 1980년대부터 흑인 인구 이탈 현상이 가속했다.
인구 전문가들은 시카고 흑인들이 도시 남부와 서부에 고립돼 살면서 경제활동 기반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문제의 근원으로 들고 있다.
1970년대부터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빈곤과 범죄가 심화한 것이 흑인 인구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시카고시 흑인 인구는 18만1천 명 감소했고, 2015년 이후 더 가파르게 줄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헨리 카이저 가족재단은 지난 2016년 "시카고 주민은 인종과 빈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에서 철저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2019년 기준 시카고시 인구는 백인 50%(순수 백인 33.3%), 흑인 29%, 히스패닉계 8.8%(히스패닉계 백인 포함 26%), 아시아계 6.6% 등으로 구성돼있다.
시카고 흑인 인구가 감소한 반면 소위 '선벨트'로 불리는 미국 남부의 신흥 도시 애틀랜타·댈러스·휴스턴· 마이애미·샬럿 등의 흑인 인구는 지난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미국 대도시 인구 규모는 뉴욕(862만여 명), 로스앤젤레스(408만여 명), 시카고(267만여 명), 휴스턴(237만여 명) 순으로, 휴스턴이 시카고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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