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일 브리핑 책임자에 뮤어 CIA 분석관…"재기용 이례적"
외교안보 조예깊은 바이든, 트럼프 때와 일일정보보고 스타일 확 달라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조지 W.부시(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 수준의 기밀정보를 직접 보고했던 베테랑 정보당국자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같은 임무를 맡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전·현직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를 넘나들며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정책을 펴는데 기초가 되는 최고급 핵심정보를 주무르는 '키맨'이자 '게이트키퍼' 역할을 두번이나 하게 된 것이다.
NYT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통령 일일 정보브리핑'(PDB) 업무를 책임질 인사로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인 모건 뮤어를 발탁했다고 전했다.
PDB는 미 정보당국이 작성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기밀 일일 국제 정세보고서로, 국제정세 및 안보위협 사안 등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일급 첩보들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대통령과 핵심참모만 읽을 수 있고 정보당국이 이에 대한 대면 브리핑도 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별로 선호했던 PDB 스타일이 각기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IA 내에서 베테랑 정보분석관으로 정평이 난 뮤어는 부시 행정부 때도 3년간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그가 이 업무를 맡은 시점은 부시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였다고 당국자들은 NYT에 전했다.
과거에 대통령 정보 브리핑을 담당한 인물이 다시 기용된 경우는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지식이 깊은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브리핑 담당 적임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정보당국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때 이래 가장 큰 도전을 겪었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버지 부시는 CIA 국장 출신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미 러시아에 대한 재평가와 대규모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 컴퓨터망 해킹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여부 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분석 등 숱한 업무를 정보당국에 지시한 상태라고 한다.
과거 뮤어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그가 브리핑 도중 바이든 대통령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시 행정부에서 뮤어에 앞서 정보브리핑을 맡았던 마이클 모렐 전 CIA 국장대행은 "뮤어는 우리 정보조직에서 가장 우수한 분석관이자 브리퍼(브리핑 담당자)"라고 평가했다.
전 CIA 이스라엘 지국장인 스티븐 슬릭은 "뮤어는 편향되지 않고 정파적이지 않은 정보 당국자의 전형과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 당국자는 헤인스 국장이 뮤어와 함께 브리핑을 담당할 인물을 추가로 기용할 의사가 있다고 NYT에 전했다.
뮤어의 전임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통령 일일 정보브리핑을 담당한 베스 새너는 오는 5월 공직에서 퇴임할 예정이라고 DNI 측은 전했다.
바이든 시대에는 긴 보고서를 싫어하고 구두보고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는 PDB 스타일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PDB 일독을 아예 건너뛰고 일주일에 2∼3번 있는 구두 보고 시간에도 좀처럼 참을성을 보이지 않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새너는 2년 가까이 브리핑을 담당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딴소리에 상습적으로 시달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리핑 도중 2016년과 2020년 대선에 관한 음모론도 자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길 싫어했는데,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에 관해 언급했다간 브리핑이 탈선하기 일쑤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NYT는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과거 모든 대통령이 고위 정보 당국자들을 힘들게 한 적이 있지만, 새너만큼 어려운 일을 한 대통령 브리핑 담당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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