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유대계, 숨겨줬던 프랑스 산간 마을에 유산 남겨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은신했던 오스트리아인이 사후에 그의 유산을 이 마을에 기증했다,
작년 12월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오스트리아인 에릭 슈밤은 프랑스 남동부 산간 지역 작은 마을 샹봉쉬르리뇽에 자신의 유산을 기부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고 AFP통신과 CNN 방송 등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을 측은 정확한 기부액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약 200만유로(약 27억원)라고 전했다.
슈밤은 유산을 마을 청소년들의 교육과 장학사업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유대계인 슈밤과 그의 가족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왔고, 이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한 중학교 건물에 은신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슈밤은 독일의 패전으로 프랑스가 나치로부터 해방된 뒤에도 이 마을에 1950년까지 거주했으며 이 지역 출신 여성과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이 마을은 2차대전 때 나치로부터 학살 위험에 처한 유대인 2천500여 명을 숨겨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센터는 이 마을 주민들에게 '열방의 의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이라는 명예의 칭호를 헌정하기도 했다.
이 마을은 2차대전 때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이나 스페인 내전 당시에도 박해를 받던 사제나 스페인 공화주의자 등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또 최근에는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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