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아웅산 수치, 15년 가택연금·민주화 꽃에서 재감금까지

입력 2021-02-01 12:08   수정 2021-02-01 17:16

75세 아웅산 수치, 15년 가택연금·민주화 꽃에서 재감금까지
여성으로서 조국과 가족 사이 고뇌 겪으며 '드라마틱한 인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국가고문 아웅산 수치(75)는 군사정권 아래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한 정치범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민주화의 꽃', 조국과 가족 사이에 숱한 고뇌를 겪은 여성으로 일컬어진다.



1일 수치 국가고문과 미얀마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군에 의해 감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치 고문의 75년 인생역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45년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아버지가 암살된 뒤 인도와 영국에서 성장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고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근무하다가 1972년에는 영국인 마이클 에어리스와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다.
수치 고문은 1988년 4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미얀마에 왔다가 인생이 뒤바뀌었다.

그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 승려들이 군정의 총칼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군정은 1989년 수치 고문을 가택연금했고, '창살 없는 감옥'은 15년간 그를 가뒀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뒀지만, 군정은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수치 고문은 1991년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가택연금 상태라서 남편과 두 아들이 시상식에 대신 참석했다.
수치 고문은 1995년 가택연금이 해제됐으나 이후 구금과 석방을 반복하며 재야활동을 벌였고, 지난 2010년 말 20년 만에 총선이 실시되면서 전격 석방됐다.
그는 잠시 가택연금이 해제된 시기에 해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나 재입국이 거부될 것을 우려해 미얀마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1999년 3월 1일 남편 에어리스가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미얀마 군사정권은 수치 고문이 영국으로 건너가 남편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스스로 거부했다.
그는 남편이 사망한 날 "나는 항상 내 바람을 이해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진정 행복한 여자였다. 그 무엇도 내게서 남편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고 글을 적었다.



수치 고문은 2012년 3월 치러진 미얀마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수십년 간의 재야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도권 정치에 처음 진출했다.
그는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같은 해 6월 16일 노르웨이 오슬로시청에서 21년만에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했다.
수치 고문은 1991년 받은 노벨평화상이 가택연금 당시 느끼던 소외감을 없애고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세계의 요구를 재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3년 1월에는 한국을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수치 고문은 2015년 11월 자신이 이끄는 NLD 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도 군부가 만든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게 되자, 헌법에 없는 '국가 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됐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수치 고문은 이후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 그리고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시와 아일랜드 더블린시는 이 때문에 수치 고문의 명예시민 자격을 철회했고, 노벨평화상 철회 요구가 빗발쳤으며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피소됐다.
수치 고문은 2020년 11월 총선에서 NLD당이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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