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코로나19 사망 위험, 소득에 따른 차이 없었다…연령·기저질환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의료보장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소득에 따른 사망 위험 차이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확진자 본인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이에 따라 소득이 낮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은 커지지 않으며, 소득보다는 고령이거나 지병(기저질환) 등을 보유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진용(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정혜민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심평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확진자 7천590명을 분석,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의 코로나19 발생률과 치사율을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는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백만 명 당 코로나19 발생자 수는 건강보험 가입자에서 136.3명,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424.3명이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치사율은 건강보험 가입자에서 2.7%,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6.7%였다.
이 수치만 놓고 단순 비교해보면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3.11배, 사망할 확률은 2.62배 높았다.
그러나 이 결과를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근경색·뇌졸중·암 병력) 등의 특성을 고려해 보정하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사이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차이가 없어졌다.
이진용 교수는 "단순 비교했을 때 의료급여 수급자의 치사율이 높은 것은 소득 때문이 아니라 이들 중 고령자가 많고 기저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득에 따른 건강 불평등은 나타나지 않으나 다만 의료급여 수급자 중에서 기저질환을 앓거나 고령인 경우가 많으므로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통해 치사율을 낮춰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등 의료보장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점이 꼽혔다.
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개인의 노력도 건강불평등을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이혜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건강불평등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치료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정책으로 다행히 좋은 결과를 보였다"며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해 병상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러한 효과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지역 건강-서태평양'(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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