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 2명·과테말라인 2명 신원 확인돼…사건 실체 아직 불분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국경 지역에서 발견된 불에 탄 시신 19구에 대해 수사하는 멕시코 당국이 이민청 직원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올가 산체스 멕시코 내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시신이 발견된 차량이 지난해 12월 이민청(INM)에 압류된 것이라는 현지 언론에 보도에 대해 "이민청 공무원 중 누군가가 사건에 책임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국경 부근인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의 버려진 차량 2대 안에서 19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시신 16구는 남성, 1구는 여성의 것이었고, 나머지 2구는 성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모두 총에 맞은 후 차량과 함께 불에 탄 채였다.
멕시코 수사당국은 지난달 30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중 멕시코인 2명과 과테말라인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웃 과테말라에서는 이미 숨진 이들 중 상당수가 자국민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지난달 함께 미국을 향해 출발한 이민자들이 타마울리파스 부근에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직후에 정체 불명의 불탄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이 사망자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한 과테말라 여성은 이미 불법 밀입국 브로커인 '코요테'로부터 딸이 다른 이들과 함께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멕시코 매체 밀레니오에 전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사망했고,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타마울리파스는 마약 밀매와 이민자 밀입국 알선 등을 놓고 범죄조직의 영역 다툼이 치열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행 이민자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보통 이민자들은 국경 사정에 밝은 코요테에게 돈을 주고 국경을 넘고, 코요테는 그 지역을 장악한 범죄조직에 일정액을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FE통신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달 22일 '엘노레스테'라는 카르텔 조직원이 경쟁 조직인 '엘골포' 카르텔 멤버를 추격하던 과정에서 한 주택 안에 모여있던 이민자 19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 이민당국이 압류했던 차량이 어떻게 범죄에 쓰였는지도 미스터리다.
아직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2010년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에서 발생한 이민자 학살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미국으로 가려던 중미 등 출신의 이민자 72명이 한꺼번에 살해됐다. '로스세타스' 카르텔 조직원들이 트레일러를 타고 가던 이민자들을 끌고 간 후 돈을 내놓거나 카르텔을 위해 일하라고 위협했고, 여기에 응하지 않자 사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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