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후 반드시 개선" 공언했지만…11개 지역 중 10곳 연장
제한적 방역에 효과 적어…여당 의원 유흥업소 방문에 여론 악화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주요 지역에 대해 한 달간 연장하기로 했다.
감염 확산 속도가 느려지기는 했으나 중증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배수진은 친 형국이다.
스가 총리는 2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 등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에 대해 코로나19 긴급사태를 다음 달 7일까지 연장한다고 결정했다.
현재 전국 11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발효 중인데 이 가운데 도치기(木)현은 해제하고 나머지 지역은 긴급사태 기간을 한 달씩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긴급사태가 연장되는 지역은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지바(千葉)·아이치(愛知)·기후(岐阜)·효고(兵庫)·후쿠오카(福岡)현, 교토(京都)·오사카부(大阪府) 등 10개 도부현(都府縣·광역자치단체)이다.
NHK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은 이날 열린 코로나19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도치기현을 제외한 10개 도부현의 경우 신규 감염자 수는 감소 경향이지만, 의료 제공 체제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를 이달 7일까지만 유지하고 모두 해제한다는 계획이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7일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역의 긴급사태 재발령을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개월 후에는 반드시 사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긴급사태를 해제할 정도로 상황이 호전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계획대로 억제하지 못해 긴급사태를 연장함으로써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내달 25일 성화 봉송 개시가 예정돼 있고 대표 선수 선발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긴급사태를 연장하면서 올림픽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이미 무관중 개최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가 취소되는 경우 스가 총리가 퇴진하거나 중의원을 해산하는 등 정국이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가 정권은 사태악화를 막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벼랑끝에 섰다.
작년부터 긴급사태를 재선포하라는 요구가 이어졌음에도 스가 총리는 올해 초에서야 긴급사태를 결정해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긴급사태 발령 후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에 역점을 두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방역 대책을 실시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사태 와중에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국회의원이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가뜩이나 악화한 여론을 자극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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