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을 사람이 없다"…'면역 실험실' 이스라엘 접종 정체

입력 2021-02-02 17:51  

"백신 맞을 사람이 없다"…'면역 실험실' 이스라엘 접종 정체
자발적 접종자 크게 줄어…남은 물량 폐기하고 조기접종 독려 문자 보내기도
비접종자 공공서비스 제한 압박도…일부 언론 "조만간 접종 대상 전 연령대로 확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세계의 백신 실험실'을 자처한 이스라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최근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자발적인 접종 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인데, 이 때문에 유통 기한이 지난 백신이 대량으로 폐기되거나 접종 대상자 이외 불특정 다수에게 조기접종 독려 문자가 발송되기도 한다.
2일(현지시간) 채널12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최대 의료관리기구(HMO)인 클라릿은 최근 냉동고에서 꺼내 두었던 약 1천회 분량의 화이자 백신을 폐기했다.
실제 백신 접종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되는데, 냉동고에서 꺼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난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또 복수의 HMO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긴급하게 활용하기 위해 접종소 인근에 거주하는 회원들에게 조기 접종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는 정부가 지정한 백신 접종 연령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발송됐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는 35세 이상 성인과 16∼18세의 청소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해온 이스라엘의 하루 백신 접종자 수는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월요일인 1일 하루 접종자는 8만7천명으로 하루 15∼20만 명 선을 오갔던 몇 주 전의 절반 수준이다.
클라릿의 백신 접종 관리자인 칼라닛 카이는 "최근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졌다. 1차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었다"며 "페이스북과 SMS(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대상 연령대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기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클라릿의 다른 직원은 "과거엔 백신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백신을 맞을 사람이 부족하다"며 "안타깝게도 백신 접종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부족으로 접종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유럽 일부 국가의 상황과 극히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와이넷 뉴스(Ynet news) 등 일부 언론은 조만간 당국이 백신 접종 대상을 전 연령대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일부 지자체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공공서비스를 제한하겠다면서 미접종자들을 압박하는 실정이라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중부 로드의 야이르 레비보 시장은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미접종자에 대해 쇼핑과 교육기관 출입을 막는 등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지난달 19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30%가 넘는 316만여 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182만여 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또 이스라엘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고, 인근 국가로 통하는 국경도 폐쇄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온 강력한 봉쇄 조치도 이달 초까지 연장됐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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