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굶는 아이들 위한 과테말라 NGO의 이색 기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과테말라 서부 케살테낭고에 사는 보니파스 디아스(44)는 매일 자전거에 물건을 가득 싣고 곳곳을 누빈다.
미리 약속한 한 교사의 집을 방문해 사회학 책 한 권을 건네고, 곡물로 만든 식품 '인카파리나' 네 봉지를 받았다. 지역 결식아동에게 건넬 음식이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과테말라 비영리단체 '32 볼카네스'가 결식아동을 위해 펼치는 '물물교환 기부' 활동을 소개했다.
원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케살테낭고 등 과테말라 서부 고원지역은 인구의 상당수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다. 코로나19로 굶는 이들은 더 늘어났다.
'인카파리나'는 어린이 등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곡물과 채소 등을 혼합해 분유처럼 만든 고단백 식품이다.
24번 먹을 수 있는 450g 한 봉지에 9케찰(약 1천300원)로 저렴하지만, 이마저도 살 수 없는 이들도 많다.
'32 볼카네스'는 성장기 어린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일이 없도록 400명 가까운 지역 아이들에게 인카파리나를 나눠주고 있다.
식품은 물물교환 방식으로 마련한다. 책을 기부받아 목록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그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책과 음식을 바꾼다.
일부의 일방적인 기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형편에 맞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여의치 않으니 디아스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전거로 직접 책과 음식을 나른다.
단체의 활동이 1년 가까이 돼 가면서 책과 예술품 등을 기부하는 이들도, 책을 받고 음식을 내놓는 이들도, 그리고 식품을 전달받는 아이들도 점점 늘었다.
정기적으로 책과 음식을 바꾸는 아나 카스티요(29)는 "내가 직접 아이들을 도우러 갈 수는 없지만 내 도움이 아이들에게 도달할 수는 있다"며 "작은 모래알이 이 나라를 바꿀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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