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세포 안에 있는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결함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 autism spectrum disorder)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DNA를 지니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미토콘드리아·후성유전체학 센터(Center for Mitochondrial and Epigenomic Medicine)의 더글러스 월리스 교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DNA의 ND6 유전자를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로 약간 변이 시킨 유전자를 생쥐에 주입했다.
과오 돌연변이란 DNA 염기 하나가 다른 염기로 바뀜으로써 그 위치에서 만들어질 아미노산이 다른 아미노산으로 바뀌는 사소한 돌연변이를 말한다.
그러자 생쥐들은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기능 손상, 반복 행동 증가, 불안 등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나타났다.
생쥐들은 또 뇌전도(EEG)에서 비정상 뇌파가 나타나고 발작 증세를 보이는 한편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뇌 부위에 결함이 관찰됐다.
그러나 해부학상으로는 뇌에 그 어떤 뚜렷한 변화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기능 결함만으로 자폐증이 유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유전자 변이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지만 정작 이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자폐증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생화학적, 생리학적 분석을 통해 뇌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원인일 수 있다는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생쥐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자폐증은 여러 가지 유전자 변이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정신장애라면서 이러한 유전자 변이들은 모두 미토콘드리아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자폐증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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