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정부가 공매도 거래 금지를 5월 초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동학 개미'들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지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며 당초 내달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공매도를 완전히 폐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을 다시 연장하고 일부 종목만 우선 재개하기로 하면서 '타협점'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 시장감시 강화와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 활성화 방안 마련 등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개인들의 주장이 반영됐다.
완전하진 않지만, 작년부터 관련 주요 정책 결정마다 계속된 동학 개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발휘된 셈이다.
정부는 당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에 공포에 빠졌던 작년 3월 공매도 거래를 6개월간 금지했다가 개인투자자들 반발 속에 올해 3월까지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미뤄졌다.
작년 연말 기준 특정 종목 주식 보유액의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질 예정이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보류됐다.
지난해 6월에는 주식 관련 금융세제 개편안도 바뀌었다.
개인투자자의 2천만원 이상 국내 주식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새로 부과하는 정부안이 개인투자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수정됐다.
또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기관투자자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 배정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인에 대한 물량 배정을 5%포인트 확대했다.
이처럼 동학 개미들의 요구가 정부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주식을 팔아치울 때 이를 계속해서 사들이며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냈다.
지난 한 해 개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쏟아붙은 순매수금액은 63조7천억원에 달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조원과 35조원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1,500선까지 붕괴됐던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어 지난해 말에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지수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한 것도 이같은 개인투자자들의 버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개인투자자들의 영향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주식 상승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는 공매도 거래 허용은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먼저 나오면서 동학 개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결정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선거용 대책"이라며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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