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휘 서울대 교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토론회서 지적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절차와 관련해 산업은행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편을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3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이 주최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 과제' 토론회에서 "(조 회장이) 어려운 딜(인수)을 성공리에 마치고 통합 법인 가치를 올릴만한 능력이 있는 경영자로 증명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산은이 대한항공 대신 3자연합과 조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인 지주회사 한진칼[180640]에 투자한 것에 대해 "꼭 지주회사를 통해야만 자회사를 감독 관리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현행법상 지주회사가 2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면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산은이 대한항공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 결정권이 있는 보통주 대신 부채나 우선주를 활용한 투자가 가능해 지분율 다툼을 피할 수 있는 대안도 있었다"며 "산은이 한진칼 지분율 경쟁에 끼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자연합이나 조원태 회장이나 누구도 아시아나 인수를 반대하지 않고 있고 한진칼의 지분율 경쟁은 별개"라며 "산은이 한진칼 지분율 경쟁에 끼어들며 오히려 문제를 키운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고 조 회장은 경영 능력이 증명된 분이 아니다"라며 "산은이 경영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산은도 아시아나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채권자 책임을 충분히 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한항공 주주들은 인수 비용과 아시아나항공 빚을 떠안게 됐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것을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저비용항공사(LCC) 3개를 합치면 공급석 점유율이 72.9%"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장거리와 중·단거리를 나눠서 시장 독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후생 감소 대상은 국내 소비자로 한정해야 하고, 국민 약 2천650만명이 소비자 후생 감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적사와 외항사의 총 공급석이 아닌 국내에 공급한 규모를 분석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관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에서 통합 이후 개별 노선 점유율을 봐야 한다"며 "노선 간 대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고, 점유율이 낮아도 황금시간대 공항 슬롯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조사관은 "현대차·기아 합병 때의 결합 심사 기준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유사 사례로 보기 어렵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만큼 공정위가 의결서에 당위성을 철저히 담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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