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서 대화 구분"…먹이 나눠준 긍정적 상호작용 소리 선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브라질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신세계원숭이인 마모셋이 동료 원숭이 간에 오가는 상호작용을 '대화'로 엿듣고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동적 관찰자로 듣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해 자신의 행동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UZH)과 외신에 따르면 이 대학 인류학 교수 주디트 부르카르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모셋 원숭이에게 동료 원숭이의 음성을 녹음해 들려주고 행동과 체온 변화 등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끌어냈다고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임신한 채로 잡혀온 어미에게서 태어난 21마리의 마모셋 성체를 대상으로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새끼와 먹이를 나눠주거나 반대로 공격적 반응을 하는 성체 간의 상호작용 소리를 녹음해 숨겨놓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줬다. 이와 함께 비교실험을 위해 다른 원숭이와 상호작용 없이 원숭이가 상황별로 혼자서 내는 소리도 들려줬다.
연구팀은 각 소리에 대한 실험대상 마모셋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과 함께 적외선 열화상 감지기로 코 부위의 온도를 측정했다. 정서적 각성이 증가할 때 혈액이 중앙 기관으로 몰리면서 얼굴, 특히 코 부위의 온도가 떨어지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마모셋이 성별은 물론 집단 내 서열, 양육하는 새끼를 가졌는지 아니면 양육만 지원하는 도우미인지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원숭이의 개별 소리를 들을 때와 원숭이 간에 상호작용하며 내는 소리를 들을 때의 반응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으며, 코 부위의 온도 변화도 상호작용하며 내는 소리를 들을 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후보 라헬 브뤼거는 "이는 마모셋이 다른 원숭이의 독백으로 부터대화를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마모셋이 원숭이 간 상호작용 소리를 대화로 듣고 제3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마모셋은 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접근할 수 있게 허용했는데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새끼에게 공격적 반응을 보인 쪽보다는 새끼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긍정적, 협력적 상호작용을 한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선호도는 새끼를 공동 양육하며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마모셋의 사회 시스템이나 행동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르카르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많은 동물이 제3자 간 상호작용을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해석을 한다는 점증하는 증거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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