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객 수요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003490]이 화물 매출 확대를 통해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4천50억원, 영업이익 2천383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0%, 영업이익은 17% 줄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이례적인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제 여객수송실적은 전년 대비 75.6%, 국제 화물수송실적은 11.8% 감소했다.
이에 글로벌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됐다. 미국 델타항공은 124억달러(13조8천694억원, 아메리칸항공 104억달러(11조6천324억원), 유나이티드항공 63억달러(7조4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일본공수는 49억달러(5조4천806억원), 일본항공은 29억달러(3조2천436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대한항공의 흑자 달성은 화물 매출 확대와 인건비 축소 등의 비용 절감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선 운항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0% 수준으로 감소해 전년 대비 여객 매출이 74% 줄었지만, 화물 매출은 66%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부터 객실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을 설치해 화물을 수송한데 이어 9월에는 여객기 좌석을 제거해 화물기로 전환하며 화물 사업을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기존 화물기뿐 아니라 유휴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했고, 지난해 유휴 여객기가 4천500편 이상의 화물 운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화물 운임이 상승한 것도 대한항공의 흑자 달성에 도움이 됐다.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에 따르면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해 1월 1㎏에 3.14달러였지만, 5월 7.73달러까지 급등했다. 7월에는 4.96달러로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 추세를 회복하며 12월 7.5달러까지 올랐다.
직원들의 순환 휴업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것도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서별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여유 인력이 모두 휴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직원 휴업 규모는 전체 국내 직원 1만8천여명의 70%가량인 1만2천600여명 수준이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연료 소모량이 줄어들고, 저유가에 따라 항공유 비용이 낮아진 것도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다만, 인건비와 연료비 절감은 코로나19로 인한 운항 축소에 따른 현상으로 장기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과 유상 증자를 통한 자구 노력으로 부채비율을 2019년 말 814%에서 지난해 4분기 642%로 줄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1천193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기내식기판 사업을 9천817억원에 매각했다.
칸서스·미래에셋대우와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공항버스와 공항버스 사업 매각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인천 영종도의 레저 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은 매각대금이 1천300억원 가량이다. 대한항공은 공항버스 65대를 운영하는 공항버스 사업 관련 105억원 가량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 중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지분 매각과 서울시와의 송현동 부지 매각 협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올해는 항공화물 운임 감소와 글로벌 항공사들의 화물 공급 확대가 예상되면서 여전히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3조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등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도 계획대로 진행해 안정적인 통합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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