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지 대체로 거부감…사업 지지부진한 곳은 긍정 반응 보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홍국기 기자 = 정부가 발표한 2·4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2·4 대책은 공공기관이 재개발·재건축이나 역세권, 저층 주거지 개발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기존 도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은 정비사업을 통해 추진됐으나 기본계획 수립부터 착공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관계 조정에 장시간 소요되는 등 난관이 많아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조합의 비리도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또 정비구역이 아닌 곳은 공동개발을 위해 토지주들의 이견을 조율해야 하지만 쉽지 않고 부지확보에도 애로가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이 토지를 모두 확보하고 추진하는 정비사업이나 공공주택사업을 벌인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구상에 대해 기존 정비조합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추진되면 조합이 해체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단독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하는 '공공직접시행정비'에 대해 대다수 정비 사업장은 거부감을 내비쳤다.
공공직접시행정비 사업은 LH·SH공사 등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직접 시행하며 사업·분양 계획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조합이든 추진위든 있을 이유가 없고, 관리처분 절차도 없다. 다만 주민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주민대표회의는 구성된다.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행된다는 점에서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업 추진이 결정되면 조합원(토지 소유자)은 기존 정비계획 대비 10∼30%포인트 높은 추가 수익을 보장받고 분담금 리스크가 없어지는 대신, 장래 부담할 아파트값을 공공에 현물 선납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은 공공이 단독·공동 시행자로 나선 사례가 다수 있으나 재건축 사업에서 공공이 시행자로 나선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합원들이 민간 재건축 자산을 정부에 신탁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집은 내가 지어야 하고, 떡을 해도 내가 해서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은 단지별 특성과 해결 방안이 각기 다르다"면서 "정부가 두루뭉술한 공급 대책을 내놓고 정비 사업장에 따라오라고 여론몰이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공공직접시행정비는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용적률을 상향해준다는 점에서 지난해 나온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는 처음 적용되는 인센티브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대다수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사업성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공공이 단독으로 시행에 나선다는 사실에 불신과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조합이 사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상실하는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다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단지에서는 관심을 보이는 곳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을 신청한 성북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오병천 위원장은 "3월 말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2004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17년간 사업이 지연된 만큼, 공공이 개입된 사업 방식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지는 공공직접시행정비 사업을 함께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 8곳을 발표한 데 이어, 현재 2차 후보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이미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한 사업장의 추진위원장은 "공공에 단독으로 사업 시행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꺼림칙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기존 정비 사업장이 희망하면 공공 직접 시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이미 선정한 업체를 승계하고, 매몰 비용도 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조합과 추진위원회에서는 마뜩잖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함께 이날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사는 경우 우선 공급권을 주지 않는 조치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해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는 재개발 주택이나 재건축 아파트, 빌라 등의 매수 수요가 뚝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사업이 일어날 수 있는 후보지의 거주자는 집 등을 처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들 주택은 대부분 노후한 상태일 텐데, 개발사업 입주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집을 사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대상지 부동산의 손바뀜이 일어나면 오히려 땅값이 올라가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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