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실형받은 '푸틴 정적' 나발니, 명예훼손죄로 또 재판(종합)

입력 2021-02-05 03:52   수정 2021-02-05 09:05

사기죄 실형받은 '푸틴 정적' 나발니, 명예훼손죄로 또 재판(종합)
"푸틴 장기집권 개헌 지지한 2차대전 참전군인 중상·비방한 혐의"
나발니 "두려움 극복하고 조국 구하자" 옥중서 SNS로 저항 촉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근 7년 전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판결이 취소되면서 실형을 살게 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다른 사건으로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은 4일(현지시간) 다음날 열리는 나발니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그를 출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현재 수감 중인 모스크바 시내 구치소에서 법정으로 호송될 예정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6월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에 참전해 공을 세운 퇴역 군인을 중상·비방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나발니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2차 대전 참전 예비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의 동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에 끌어다 올리면서 개헌을 지지한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 등으로 비난하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이에 러시아 참전군인연맹이 나발니를 중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했고, 아르테멘코의 가족들도 나발니의 글을 읽은 고령의 참전군인이 충격을 받아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면서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여 나발니를 기소했다.
사건 재판을 맡은 바부쉬킨스키 법원은 지난해 8월 말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 치료를 위해 독일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 연기를 발표했다가 최근 그가 귀국하자 사법 절차를 재개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나발니는 최대 100만 루블(약 1천500만 원)의 벌금 혹은 240시간의 의무 노역 처벌을 받게된다.
이에 앞서 나발니는 지난 2일 재판에서 2014년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돼 실형 전환 판결을 받고 2년 8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푸틴 정적'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는 자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일에도 잇따라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였다.
한편 나발니는 이날 실형 판결 이후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내 뒤에서 철문이 귀를 멀게 할 정도의 쇳소리를 내며 닫히지만 나는 스스로 자유롭게 느낀다"면서 "내가 옳다는 믿음, 여러분들의 지지, 내 가족의 지지 덕분이다"라고 옥중 소감을 털어놨다.
또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의 자유를 빼앗을 순 없다'는 경구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면서 "실제로 그럴까 하는 자문을 했었는데 그렇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조국을 권력을 잡은 한 줌의 도둑들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면서 "그 일을 하자, 해야만 한다"고 저항운동을 촉구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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