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사진으로 경찰 과잉진압에 거센 비판…해당 경찰은 체포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페루에선 지난해말 농민들의 도로봉쇄 시위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10대를 포함한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현장에선 시위대를 향해 정면으로 총을 쏘는 한 경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경찰의 과잉진압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됐다.
이 장면을 포착한 페루 사진기자 이반 오르베고소가 이후 온라인으로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EFE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트루히요 지역 일간지에 근무하는 오르베고소의 사진은 사진 전문 통신사 EPA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다.
사진 속에는 마스크를 쓴 경찰이 시위 진압에 살상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총을 들고 있다. 그것도 머리 위가 아니라 눈높이 그대로 정면을 향한 채였다.
이 사진의 여파는 상당했다. 해당 경찰은 몇 시간 만에 신원이 확인돼 체포됐다. 인권단체들은 물론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페루 임시 대통령까지 나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을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얼마 후 오르베고소 기자에겐 소셜미디어로 협박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으로 온 한 메시지엔 "머지않아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 도움을 청하게 될 것이다. 그때 경찰에 가면 우리 형제 경찰들은 절대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밀고자"라며 욕설을 퍼붓는 메시지도 있었다.
위협을 느낀 오르베고소는 지방정부에 거듭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무슨 일이 생기면 보호해 주겠다는 문서를 받는 수준에 그쳤다.
오르베고소는 이후 출퇴근할 때 수시로 경로를 바꾸고, 외진 곳은 피하며, 항상 누군가와 동행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공포는 계속 커지고 있다"며 "경찰이 시위대에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정치적 여파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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