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주독미군 감축은 일단 중단"(종합)

입력 2021-02-05 07:51   수정 2021-02-05 08:18

바이든 "전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주독미군 감축은 일단 중단"(종합)
예멘전쟁 지원 중단·난민 수용 확대…트럼프 외교정책 줄줄이 '뒤집기'
중·러에 경고하며 "국익 부합하면 중국과 협력"…"동맹은 가장 큰 자산"
북한 언급은 없어…국가안보보좌관 "대북정책은 검토 진행 중"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다시 검토하고 이 기간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탈피해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동맹 중시 정책 집행을 다짐하며 예멘전 지원 중단, 난민 수용 한도 대폭 상향 등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하는 정책도 줄줄이 내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부처 방문인 국무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교 분야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구상을 밝힌 자리였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 세계 미군 배치에 관한 검토를 이끌 것이라며 이는 미군 주둔이 외교정책,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적절히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긴밀히 협력해 국가안보의 모든 분야에 걸쳐 조율할 것이라면서 "이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독일로부터 어떤 (미국) 군대의 철수 계획도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결정한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되돌리거나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미국은 작년 7월말 3만6천 명인 주독 미군 중 3분의 1인 약 1만2천 명을 감축해 미국과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대재앙을 만든 예멘 전쟁이 끝나야 한다며 미국이 관련 무기 판매를 포함해 예멘 전쟁에서 공격적 작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유엔이 주도권을 쥐고 정전에 합의하고 동면 상태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예멘 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는 물론 물류와 군사 지원을 해 왔다. 사우디는 예멘 내 후티족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안보를 위협한다며 연합군을 꾸려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티 반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사우디 지원 입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서의 탈피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가 여러 나라에서 이란이 제공한 무력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사우디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난민 프로그램을 복원하기 위해 난민 수용 한도를 연간 12만5천 명으로 상향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이는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간 1만5천 명으로 줄였던 것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심하게 훼손된 것을 재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대통령에게 악의적 행동에 미국이 쉽게 나가떨어지고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던 시절이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대가를 부과하고 중요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조건 없는 석방도 요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지칭한 뒤 인권과 지식재산권, 글로벌 지배구조에 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경우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쿠데타 사태와 관련, 군부가 권력을 포기하고 구금자를 석방해야 한다면서 통신 제한 철폐, 폭력 자제를 재차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주간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등 가장 가까운 지도자들과 통화했다며 이는 동맹과 협력 관행을 다시 형성하고, 지난 4년간 무시와 학대로부터 위축된 민주적 동맹의 힘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라며 "외교로 주도한다는 말은 동맹, 핵심 파트너들과 다시 한번 어깨를 맞대고, 적과 경쟁자들을 외교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 동맹과 외교 중시 입장도 역설했다.
이날 연설에선 미국이 난제로 꼽는 북한과 이란 문제 해법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선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나는 그 검토를 앞질러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전략'을 짜는 단계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현 상황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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