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RA 여단 사령관 옹그웬의 전쟁범죄 등 61개 혐의 인정
'가해자이자 피해자'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성인된 이후 범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소년병 출신 우간다 반군 사령관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자신도 반군에 납치돼 소년병이 된 '피해자'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뒤 저지른 끔찍한 악행엔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ICC 제9재판부는 4일(현지시간) 우간다 반군 '신의 저항군'(LRA) 내 4개 여단 중 '시니아 여단'의 사령관이었던 도미니크 옹그웬(45)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2년 7월부터 2005년 12월 사이 우간다 북부 일대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 총 61개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옹그웬이 2000년대 초반 우간다 북부에서 난민을 비롯해 민간인을 살해·고문하는 등 공격하고 여성들을 강제로 자신과 자신의 병사들의 배우자로 삼고 강간하는 범죄를 저지른 점이 증거와 진술로 의심할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5세 미만 소년을 징집해 소년병으로 활용한 점도 주요한 죄로 봤다.
형량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옹그웬은 판결에 항소할 수 있다.
그는 판결문이 낭독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통상 피고인은 판결문 낭독 시 서 있어야 하나 옹그웬은 판결문이 워낙 길어 자리에 앉아서 듣는 것을 허락받았다.
옹그웬의 재판은 그 스스로가 소년병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옹그웬은 9살 때 LRA에 납치돼 소년병이 된 뒤 사령관까지 이르렀다.
재판에서 변호인은 "옹그웬은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옹그웬이 한 때 피해자였음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LRA에 '열렬히 헌신한' 최고위 사령관으로 성장했고 잔혹성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그는 성인으로서 어릴 때 겪은 끔찍한 범죄들을 이후 스스로 저지르고 (다른 사람이) 저지르도록 부추긴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베르트람 슈미트 주심 재판관은 "이번 재판은 옹그웬이 20대 중후반 (자신의 행위에 대해) 완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된 이후에 LRA 사령관으로서 저지른 범죄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옹그웬은 2015년 1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둔 미군에 투항해 ICC에 인계됐다.
LRA는 1986년 우간다 정부에 대항해 봉기한 뒤 우간다와 중아공, 수단, 민주콩고 등지에서 10만명 이상을 살해했다. 어린이 6만명을 납치해 소년병으로 쓰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리기도 했다.
LRA 총사령관인 조셉 코니는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옹그웬이 유죄판결을 받았단 소식에 올해 72세의 조셉 니예코라치라는 이름의 우간다 북부지역 주민은 "우리를 괴롭혔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감옥에 가게 됐다는 점을 알게 돼 오늘은 그가 복수하러 찾아와 목숨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반군의 공격은 우리 공동체의 면면을 바꿨다"라면서 "모두가 두려움 속에 살아가게 됐고 생존자 대부분은 노인들을 남겨놓고 떠났다"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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