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종교의 자유 보장해야…이슬람 보수주의 확산 경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일부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해 논란이 되자 정부가 교내 종교 복장 강요를 공식 금지했다.
5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교육부, 종교부, 내무부 장관은 3일 학생·교사·교내 근로자의 유니폼에 관한 합동 지침을 내놨다.
지침은 학교가 종교적 상징이 있는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학교 운영지원금 등 정부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샤리아(이슬람 관습법)를 적용하는 수마트라섬 아체주는 제외한다.
인도네시아는 국교는 따로 없고 이슬람·개신교·가톨릭·힌두교·불교·유교 등 6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인구 2억7천만명 가운데 87%가 이슬람 신자로 다수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는 온건하고 관용적인 이슬람 국가로 분류됐으나, 수년 전부터 원리주의 기조, 보수주의가 강화되면서 동성애를 혐오하고 전면 금주와 혼외 성관계 금지 등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지난달 수마트라섬 서부 파당의 한 공립 직업학교가 무슬림이 아닌 여학생들에게도 히잡 착용을 강요해 논란이 됐다.
종교가 기독교인 여학생에게 히잡 착용이 강요되자 부모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파당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은 "히잡 착용은 2005년부터 있던 규칙이고, 파당의 대부분 학교가 그렇다"며 "해당 학교에 무슬림이 아닌 여학생 46명이 있는데, 문제를 제기한 학생을 빼고는 모두 히잡을 썼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기독교인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규칙을 손보겠다고 약속했으나 "히잡을 쓰면 모기한테 덜 물린다"며 무슬림 여학생의 히잡 착용 규정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에 중앙 정부가 나서 전국적으로 교내 종교 관련 복장 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마루프 아민 부통령은 "학교에서 히잡을 쓰는 것은 강요되어서도, 금지되어서도 안 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할 일"이라며 "강요하지 말라. 이것이 종교와 국가의 성숙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슬람 보수주의 확산을 경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수 많은 지방 학교들이 여학생과 여교사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했다"며 금지 지침을 반겼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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