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란의 불가역적 입장…미국·유럽 3개국 합의 의무 이행 안해"
이란, '예멘 내전 지원 중단' 바이든 선언 환영…"실수 수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이란의 핵 합의 의무 이행을 원한다면 먼저 대이란 제재를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고 이란 최고지도자가 7일(현지시간) 촉구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혁명 42주년을 앞두고 공군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만일 이란이 의무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국은 실제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이를 검증한 뒤 이란도 자신의 의무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이는 이란의 확정적이고 불가역적인 정책"이라면서 "모든 국가 관리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만장일치의 견해를 갖고 있으며 누구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말이나 문서로서뿐 아니라" 행동으로 제재 해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이란은 2015년 핵합의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모두 이행했지만 미국과 3개 유럽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주문했다.
하메네이의 이날 대미 논평은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 의지를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란이 지난 2015년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체결한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이 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서 폐기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는 트럼프 정권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 합의 복원 의지를 밝히면서도 이란의 의무 이행 재개라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이날 하메네이의 발언은 미국이 먼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이란도 의무 이행을 재개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란 외무부는 지난 수년간에 걸친 예멘 내전을 끝내야 한다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표는 환영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6일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입장이 이전의 실수를 수정하는 방향으로의 진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무부 대변인 사이드 하티브자데는 이날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 지원 중단은 그것이 정치적 술책이 아니라면 과거의 실수를 수정하는 방향으로의 발걸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우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예멘 내 군사 작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예멘 특사로 직업 외교관인 팀 린더킹을 임명했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라이벌인 이란과 연계된 예멘의 후티 반군에 맞서 싸우는 예멘 정부를 지원해 왔으며, 미국은 사우디 주도 군사동맹을 지원해 왔다.
후티 반군은 2014년 말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등에 업고 내전을 일으켰다.
이에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걸프국가들과 연합군을 조직해 개입, 내전은 양 맹주 간 대리전으로 치달았다.
수년간에 걸친 내전으로 예멘에선 '지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국제적 우려가 제기돼 왔다.
스페인 EFE 통신은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가 예멘 내 인도주의 위기 문제 협상을 위해 이날부터 이란 방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사 측은 그리피스가 이틀 일정의 방문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한 현지 정부 관리들을 만나 예멘 내전 휴전과 긴급 구호 조치, 정치 대화 재개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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