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8일 여성 차별 발언으로 일본 국내외에서 거센 사임 압력을 받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조직위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열린 중의원(국회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모리 위원장의 문제 발언에 대해 "국익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사임 여부는 조직위가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모리 위원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앞서 대회 조직위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논란을 일으킨 모리 위원장의 발언이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것"이었다며 "성(性)평등은 도쿄 대회의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직위는 모리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했다.
그러나 일본 국내외에선 여성 차별 인식을 가진 모리 위원장 체제로 도쿄올림픽을 치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모리 위원장의 발언에 등장하는 당사자인 이나자와 유코(稻澤裕子·62) 쇼와(昭和)여자대 특명교수는 8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남성 사회에서도 이상한 발언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일본 사회에서) 성차별 해소가 왜 필요한지 모두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모리 위원장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자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 기자로 일하던 2013년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는 비전문가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일본럭비협회의 지명을 받아 일본 내 여성 최초의 럭비협회 이사로 활약했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의 JOC 회의에서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럭비협회에서 여성 이사가 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종전보다 (회의할 때 ) 배(倍)의 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가 발언하게 된다"라며 여성 이사를 늘릴 경우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나자와 교수는 "회의에서 발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필요하기 때문에 발언하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경쟁심 때문에 발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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