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50대 50으로 갈리면서 맨친 의중 따라 핵심법안 처리 좌우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수차례 독대…당내서도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권력지형이 정확히 반으로 갈린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의 대표적 초당파 의원인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의 입지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상원 의석수가 민주당 50석, 공화당 50석으로 동석이 되면서 양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핵심 법안들이 등장할 때마다 맨친 의원과 같은 초당파 의원들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를 거쳐 2010년부터 상원의원으로 재직중인 맨친 의원은 온건 보수 성향으로, 민주당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사로 통한다.
실제 그는 그간 주요 법안이나 고위 공직자 상원 인준 투표에서 민주당 당론에서 이탈해 소신 투표를 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 투표에서 맨친 의원이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인준안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그의 성향을 두고 동료의원인 민주당의 존 테스터(몬태나) 상원의원은 "그는 말하자면 존 매케인의 민주당 버전"이라고 평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치사에서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 정치의 대명사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공화당의 거물 고(故) 매케인 의원의 '민주당 판'으로 빗댄 것이다.
실제 민주당의 정통파 노선에서 빗겨나 있는 맨친 의원은 종종 당과 불협화음을 빚는 모습을 노출해왔고,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두번이나 승리한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그가 정치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핵심 요인이 됐다.
하지만 상원의원으로서의 지난 10여년은 그에게 있어 당내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못한 채 대부분 좌절감을 느껴야 했던 시기였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상원 의석이 동률이 되면서 그의 입지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이런 상황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서 그의 지지를 필요로 하게 된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실제 맨친 의원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수차례 독대를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의원들도 그의 이런 영향력 급부상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하와이) 의원은 최근 그에게 인사하면서 그를 "전하(your highness)"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같은 농담 섞인 호칭에 맨친 의원은 "난 이러한 위치에 있게 해달라고 로비를 한적도, 선택한 적도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맨친 의원의 의중은 최근 민주당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1조9천억 달러(약 2천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안의 의회 통과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이 구제법안에 대해 공화당이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처리에 난색을 표하자 예산 조정권 행사를 통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하는 결의안을 추진, 지난 5일 통과시켰는데 맨친 의원은 '버드 룰' 고수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버드 룰'이란 상원에서 예산 조정법안을 다룰 때 재정적자를 과도하게 늘릴 수 있는 조항 등을 제한하는 규칙이다. 역시 웨스트버지니아가 지역구였던 로버트 버드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맨친 의원은 최저임금을 민주당 요구대로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맨친 의원은 "대통령을 돕기 위해 예산안에 투표할 의향이 물론 있지만 난 예산안이 초당적 안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것이라는 점, 무슨 일이 있어도 버드 룰을 지켜낼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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