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1장에 2만5천원"…난리 난 SNS '클럽하우스' 써보니

입력 2021-02-09 07:11   수정 2021-02-09 09:00

"초대장 1장에 2만5천원"…난리 난 SNS '클럽하우스' 써보니
사회초년생도 연예인·기업인 등 저명인사와 '폭풍 수다' 가능
성대모사방·소개팅방 등 다양해져…중고 아이폰 인기도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7일 오후 9시 30분,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오디오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ClubHouse)에 방을 열어봤다.
친한 기자 한 명과 업계 종사자 한 명이 들어오고, 호기심 또는 실수로 방제를 누른 것 같은 이용자 두어 명이 접속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다른 방은 뭐가 있나 둘러보니, 스타트업 대표부터 연예인·작가·유튜버 등 소위 '셀럽'들이 연 방이 많았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보고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는 찰나, 기자가 만든 방에도 30명 넘는 이용자가 모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화를 시작했다.
힙스터(최신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쓴다는 클럽하우스를 써봤다.


◇ 방 열자 방송인·스타트업 대표 등 접속…저명인사와 친구처럼 대화 가능
클럽하우스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음성 SNS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투자에 참여하는 등 벌써 10억달러(1조1천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SNS'가 됐다.
기자는 이달 2일 가입했다. 4일 밤에 '미디어에 희망이 있을까요?' 주제로 처음 방을 열어봤다.
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 예능 PD, 스타트업 대표 등이 입장하면서 청중이 150명 몰렸다.
기자도 이들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평소에 이름만 보던 이들과 즉흥적으로 대화를 나누니 신기했다.
7일 개설한 방에도 120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용자들은 방 주제가 마음에 들거나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에 이끌려 방에 입장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클럽하우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가볍게 토론하는 자리가 많이 열리고 있다.


◇ "웬만한 토크콘서트보다 낫다" Z세대 열광…명상·예능 등 방 종류 빠르게 늘어나
클럽하우스의 매력은 '즉흥성'과 '평등'에 있다.
손을 드는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스피커'가 될 수 있다.
20대 신입 사원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 대표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연예인과 팬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6일에는 '일하는 여성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요'라는 주제로 방이 열리자 대기업·스타트업의 임원급 여성 선배들이 사회 초년생 여성 후배들에게 사회생활에 관한 조언을 건네는 풍경도 펼쳐졌다.
평소에 강연을 들으려면 몇만 원을 내고 시간을 내서 행사에 참여해야 만날 수 있는 저명인사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한 20대 이용자는 "클럽하우스를 2시간만 해도 웬만한 토크 콘서트보다 훨씬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며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Z세대에게 지금 필요한 SNS가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건실한 포럼 같은 방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방의 종류도 빠르게 다양해지는 중이다.
7일에는 성대모사로만 대화를 나누는 방이 400∼500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괜찮은 이성을 찾는 '소개팅 방'도 있고, '명상 방'이나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 팔로우만 하는 '노 토킹(no talking) 방'도 생겼다.


◇ '무음 박수' 등 특유의 문화도 생겨…초대장 거래 가격 급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클럽하우스에는 '깨알 기능'이 늘고 있다.
스피커로 참여하고자 손을 드는 버튼은 1∼2초 꾹 누르면 손의 피부색을 바꿀 수 있다.
대화를 나누다 사진을 공유하고 싶으면 프로필을 바꾸면 된다.
이런 문화가 생기자 개발사에서는 프로필을 1∼2초 꾹 누르면 사진첩으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을 추가했다.
다른 사람 대화를 듣다가 공감이 간다고 해서 실제 손뼉을 치면 '아재'다. 힙스터라면 음소거 버튼을 빠르게 껐다 켰다 해서 '무음 박수'를 친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invite)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앱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파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달 초까지 1장에 1만원 꼴이었는데 8일 기준으로 2만∼2만5천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클럽하우스를 하려고 중고 아이폰을 사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현재 아이폰·아이패드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는 현실의 인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기자는 평소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만 누르던 스타트업 임원과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눈 뒤 저녁 약속을 잡았다.
클럽하우스를 매일 쓴다는 김지수(31)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연결에 목이 말랐던 것 같다"며 "음성 SNS가 얼마나 확장될지 기대된다. 이게 카카오톡의 미래일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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