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매수해도 되느냐" 문의 폭주…신축 아파트 호가 뛰기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공공 주도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2·4대책이 나온 직후 재개발·재건축 예정 지역의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4대책 직후에 빌라를 매수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감정가에 기초한 현금 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후 취득한 주택은 추후 해당 지역이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지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의 빌라나 아파트를 섣불리 샀다가 나중에 공공 개발 사업지로 묶이면 새 아파트를 못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세의 반값도 되지 않는 감정가로 현금 청산을 당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는 "2·4 대책이 나온 직후 재개발 지역의 빌라 거래뿐 아니라 문의마저 현격히 줄었다"며 "지난달까지의 상황과는 완전히 딴판"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빌라는 지난해부터 매매가 크게 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아파트값이 안정되지 않고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린 수요자들이 늘어났다.
지난달 매매됐다고 이날까지 신고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은 3천7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3천352건)를 앞지르고 있다.
정부가 장려하는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오름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 전용면적 85∼100㎡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33.8%, 전용 100㎡ 이상은 15.7% 각각 뛰었다.
그러나 정부가 2·4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투기 수요 방지 대책으로 재개발 유망 지역의 빌라 매매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김제경 소장은 "정부가 밝힌 현금청산 대상에 대한 설명이 명확지 않다"며 "확실한 추가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빌라 매매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 시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서 재건축에 급물살을 탄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는 2·4대책 발표 이후 거래는커녕 문의조차 전무한 중개업소가 많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이후) 거래가 올스톱됐다"면서 "자칫 공공 주도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데 누가 매수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신축 아파트는 반사 이익을 누리며 풍선 효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달 입주 예정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말 16억3천만원까지 거래된 이후 2·4대책 직후 최고 17억원까지 호가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당분간 매수세가 사라질 것"이라며 "대신 풍선효과로 새 아파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