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 엄격히 준수해라" 엄중한 공개 경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질주하던 테슬라가 돌연 중국 당국에 불려가 강도 높은 공개 질책을 받았다.
테슬라는 미중 갈등 조류를 거슬러 중국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중국 당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호적이던 중국 정부와 테슬라 사이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8일 늦은 밤 인터넷을 통해 테슬라를 상대로 최근 '예약 면담'(豫談·웨탄)을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 예약 면담은 시장감독총국, 공업정보화부 등 중국 5개 부처가 동시에 참여했다.
시장감독총국은 이번 면담을 통해 테슬라 측에 "중국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내부 관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더는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표문의 맥락상 중국이 테슬라의 자국 내 사업 행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와 별도로 개별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은 채 최근 소비자들이 테슬라 차량의 급발진, 배터리 발화 등 문제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당국의 고강도 질책에 테슬라는 바짝 엎드렸다.
테슬라는 "정부의 지도를 성실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회사의 경영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깊이 반성하고 내부 통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중국 당국으로부터 최고의 '외국 투자 모범생'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이번에 '회초리'를 든 것은 극적인 상황 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에서 '예약 면담'이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어떤 기업이 '예약 면담'을 통한 공개 질책 대상이 된 것은 향후 큰 불확실성에 휩싸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발적인 당국 비판 발언을 했던 마윈(馬雲)이 작년 11월 '예약 면담' 형식으로 당국에 불려간 이후 알리바바그룹이 앤트그룹 상장 취소, 반독점 규제 강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상하이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에 나서 미국 기업들의 자국 회귀(리쇼어링)을 본격 추진하는 큰 흐름을 거스른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반대로 크게 반긴 중국 정부는 자국에 투자한 외국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법인의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허락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그해 중국 지도부의 거처 겸 집무 장소인 중난하이(中南海)에 초청받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환대를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의 '베팅'은 주효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상하이 공장은 초고속으로 완공돼 2020년 초부터 중국산 모델3을 출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나갔다.
테슬라는 작년에만 중국산 모델3을 13만대 이상 팔아치웠다. 또 올해는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Y를 추가로 양산해 중국 전기차 시장 장악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 시점이 공교롭다. 미중 기술전쟁 속에서 중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토종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라이(蔚來·Nio), 샤오펑(小鵬·Xpeng), 리샹(理想·Li Auto)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든 시점이다.
다만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인기가 매우 높은 상황이어서 이번 예약 면담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테슬라의 중국 사업 전망을 급속도로 흐리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AFP통신은 "그간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과의 문제가 테슬라의 수익성을 크게 훼손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비록 내부 시장 의존도를 극대화하는 '쌍순환 '(이중순환) 전략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속해서 외자를 유치하고 외부 세계와 긴밀한 산업 연결망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 모범생'인 테슬라를 마윈의 알리바바처럼 거칠게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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