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란 최고지도자 칙령으로 핵무기 개발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계속되면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이란 정보부 장관이 경고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무드 알라비 이란 정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공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집요한 제재는 이란을 구석에 몰린 고양이처럼 싸우게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란 고위층이 핵무기 개발을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란은 2003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내린 파트와(최고 종교 권위자의 종교적 칙령 또는 해석)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메네이는 당시 구두로 대량살상무기(WMD)를 금지한다는 파트와를 발표했으며,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칙령은 본인이 취소하기 전까지 절대적 권위를 지닌다.
알라비 장관은 "이란은 현재 핵무기를 향해 나아갈 계획이 없다"면서도 "궁지에 몰린 고양이는 자유로운 고양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롭고 최고지도자는 핵무기 개발을 금지했지만, 서방이 이란을 그런 방향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이란의 잘못이 아니라 밀어붙인 자들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적대관계로 돌아섰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미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크게 개선했다.
JCPOA는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고 IAEA의 핵사찰을 받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JCPOA를 오바마의 '외교적 실패'라고 비난했으며, 2018년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했다.
그러자 이란도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 조항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대선 때부터 이란 핵합의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 복원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상대방이 먼저 핵합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지난 7일 "만일 이란이 의무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국은 실제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며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이를 검증한 뒤 이란도 의무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CBS 인터뷰에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먼저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또 이란이 먼저 우라늄 농축을 멈춰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변 없이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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