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사형시설 해체 및 집행 규정 폐지·사형수 감형 요구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의 82개 시민·인권 단체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활시킨 연방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시민인권지도자회의, 국제 앰네스티를 포함한 시민사회 주요 단체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모든 연방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인종과 소득, 기타 요인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처벌이 아닌 구제와 재활에 초점을 맞춘 형사법 체계를 만들겠다는 '정의에 대한 미국의 약속' 캠페인을 벌였다고 환기하면서 "이제 대통령으로서 행정 권한을 사용해 이 정책 목표를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디애나주 연방 교도소에 있는 사형 집행 시설을 해체하고 연방 정부의 사형 집행 규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검찰의 사형 구형을 금지하고 연방 사형수들을 감형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조처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광범위한 조치는 미래의 대통령이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방 사형 집행을 중단했지만, 사형수를 석방하거나 법령을 통해 사형제 철폐를 추진하지는 않았고 이는 트럼프가 사형 집행을 재개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다고 AP는 전했다.
단체들은 "사형제는 미국 형사법 제도에 내재한 인종적, 경제적 억압의 패턴을 지속시키고 있다"며 흑인을 살해한 백인보다 백인을 살해한 흑인이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고, 사형수 중에서는 흑인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7년 동안 중단된 연방 사형 집행을 지난해 7월 14일 부활시켰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나흘 전인 지난달 16일까지 6개월 동안 13건을 집행했다. 트럼프 시기에 이뤄진 연방 사형 집행은 지난 56년간 이뤄진 것보다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연방 정부의 사형을 폐지하고 주 정부도 사형을 중단할 것을 유도하겠다고 말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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