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를 향해 독설을 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 연설에서 미초타키스 총리를 언급하며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에게 도전하지 말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협상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그리스를 지지하는 국가들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당신(미초타키스 총리)은 그들 중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손으로 해결할 것이다. 당신은 '미친 터키인'(The crazy Turks)을 더 잘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8일 미초타키스 총리가 키프로스공화국(이하 키프로스)을 방문해 터키와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이하 북키프로스)의 '2국가 해법'을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미초타키스 총리는 "터키와 북키프로스가 주장하는 2국가 해법은 유엔과 유럽연합(EU)이 지지하는 연방제 틀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수백 년간 '앙숙' 관계인 터키와 그리스는 지금도 키프로스 분단과 동지중해 자원개발 문제로 대립 중이다.
터키 서부 해안 인근의 섬나라인 키프로스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며 이후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섬 북부를 점령해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로 분단됐다.
국제법상으로는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만, 터키는 주민의 99%가 터키계인 북키프로스를 인정하고 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다.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는 2016년 11월 각각 자치권을 갖는 연방제 통일에 원론적으로 합의했으나 북키프로스에 주둔 중인 터키군의 철수와 관할 구역 획정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키프로스는 여전히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나, 터키와 북키프로스는 연방제를 거부하고 민족 구성에 따라 각각 별개의 독립국을 수립하는 2국가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도 "키프로스를 둘러싼 수십 년간의 분쟁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키프로스 섬에 2개의 국가를 세우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2국가 해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연방제는 이제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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