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칭샤 빙등제 '코로나 전쟁 승리·창당 100주년' 선전장 변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반드시 한다'…관련 홍보물 넘쳐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빙등제를 보러 갔는데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와 체제 선전을 봐야 하지?"
중국의 겨울철 관광 대명사인 하얼빈(哈爾濱) 빙등제만큼은 아니지만 수많은 내외국인들이 방문하는 수도 베이징(北京)의 관광 명소인 룽칭샤(용경협·龍慶峽).
룽칭샤는 매년 겨울철이 되면 빙등제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성과와 공산당 및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는 자리로 변질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특히, 룽칭샤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아 한글로 된 안내문이 즐비한 명소다. 한중 문화 교류 행사도 자주 열려 교민들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최근 룽칭샤 빙등제를 직접 가보니 중국 내 코로나19의 산발적인 확산으로 방역이 강화돼 행사 자체가 예년보다 축소됐고 관람객 또한 줄어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대형 천막으로 둘러싸인 빙등제 행사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옆에 방호복과 마스크 차림으로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의료진 모습을 형상화한 얼음 조각상들이 대거 전시돼있었다.
이들 의료진 얼음 조각상 옆에는 '단결'을 의미하는 주먹 쥔 대형 손 조각상도 같이 진열돼있고 대중의 의지를 결집해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슬로건도 크게 걸려있다.
이들 코로나19 성과 전시물 주변을 하트 모양으로 장식해 중국인들의 일치단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심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이 빙등제를 찾은 한 교민은 "평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대표 건축물 등이 대형 얼음 조각상으로 선보이는 등 문화 관련 빙등제였는데 올해는 코로나19에서 승리한 중국을 선전하는 자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의료진 얼음 조각상 옆을 지나다 보면 만리장성 형상의 얼음벽에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다하자'는 대형 슬로건과 중국 공산당 휘장이 걸려있는 등 체제 선전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여기에는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임을 강조하는 '100년의 찬란함'이라는 문구도 새겨져 중국 공산당의 영도력을 홍보하고 있었다.
아울러 나머지 전시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국가적 역량을 총투입하고 있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얼음 조각상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크와 함께 컬링, 스키 점프를 하는 선수들의 형상과 경기장이 얼음 조각상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빙등제 행사장 외부 또한 '2022 베이징'이라고 써진 100여 개의 등이 환하게 룽칭샤를 밝히고 있었다. 대형 광장은 아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선전하려고 마스코트와 관련 현수막들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룽칭샤의 한 관광 안내원은 "룽칭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라면서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중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예정대로 올림픽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이 빙등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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