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추문에 휩싸인 프랑스 명문대학 시앙스포

입력 2021-02-11 22:10  

성 추문에 휩싸인 프랑스 명문대학 시앙스포
지방캠퍼스에서 재학생 성폭행 피해 고발 잇따라
시앙스포 감독기관장 근친상간 의혹 은폐한 학장 사퇴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시앙스포크(#scienceporcs).
프랑스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정치대학(IEP) '시앙스포'(SciencePo)와 프랑스어로 돼지를 뜻하는 '포크'(porc)를 합쳐 만든 해시태그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채워나가고 있다.
시앙스포가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지방캠퍼스에서 재학생의 성폭행, 성차별을 고발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 학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다.
보르도 캠퍼스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여학생이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학교 측의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게 시발점이었고, 툴루즈 캠퍼스의 쥘리에트가 2년 전 같은 학교 학생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이달 초 올린 편지가 도화선이 됐다.
11일(현지시간)까지 SNS에는 100건이 넘는 성폭행, 강간 피해 사례와 함께 가해자는 별다른 처벌 없이 버젓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고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이중 툴루즈 캠퍼스에서의 강간 1건, 그르노블 캠퍼스에서의 성폭행 2건, 스트라스부르 캠퍼스에서 학장이 신고한 사건 1건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
프레데리크 비달 교육부 장관은 해당 사안을 시앙스포 이사진과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마를렌 시아파 내무부 시민권 담당 국무장관은 용기 있는 고백을 응원한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독려했다.
그 와중에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국립정치학연구재단(FNSP) 이사장이었던 올리비에 뒤아멜의 근친상간 의혹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레데리크 미옹 학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옹은 교육부 내부 조사 결과 뒤아멜의 근친상간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언론에도 허위로 대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뒤아멜은 프랑스 정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정치학자로, 30여년 전 의붓아들을 지속해서 성폭행했다는 의붓딸의 최근 폭로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아멜이 미성년자였던 의붓아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은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고, 의회와 정부는 이를 계기로 근친상간 처벌을 강화하고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15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프랑스법은 성인과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성년자가 협박당하거나, 속임수에 넘어간 게 아니고 관계에 동의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강간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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