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차기 총리 확정…13일 새 내각 취임(종합)

입력 2021-02-13 18:20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차기 총리 확정…13일 새 내각 취임(종합)
마타렐라 대통령 만나 "의회 과반 지지 확보" 확인
장·차관 명단도 제출…전문관료-정치인 혼합 구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전 총재는 12일 저녁(현지시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 정당별 협의 결과 의회 과반 지지를 확보했다고 보고하고 총리로서 차기 내각을 이끌겠다는 뜻을 공식 표명했다.
앞서 오성운동(M5S)-민주당(PD)-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 3당이 구성한 연립정부가 붕괴하고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임하는 등 정국 위기가 깊어지자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3일 드라기 전 총재를 불러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후 4∼6일, 8∼9일 두 차례에 걸쳐 정당별 협의를 진행했고, 좌우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떠나서 거의 모든 주요 정당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옛 연정 구성 정당은 물론 야권 우파연합의 수장 격인 극우 정당 동맹(Lega)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현재까지 드라기 내각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정당은 우파연합 소속 또 다른 극우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일하다.
드라기 전 총재로서는 애초 희망한 대로 거국내각 구성이 성사된 것은 물론 의회 3분의 2 이상이 지지를 바탕으로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드라기 전 총재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새 내각의 장·차관 명단도 제출했다. 예상대로 전문 관료와 정치인이 함께 포진한 '하이브리드 내각'으로 짜였다.
전체 23개 장관직 가운데 15개가 정치인, 8개가 관료 몫으로 돌아가면서 수적으로는 '정치 내각'에 무게가 실렸지만, 핵심 부처 수장에는 대부분 관료가 포진하며 균형을 맞췄다.
재무장관에는 다니엘레 프란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신설 부처인 생태전환장관에는 물리학자이자 IT 전문가인 로베르토 친골라니가 각각 지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해온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과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 등은 유임됐다.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내각에 참여하기로 한 정당들은 보유한 의석수에 비례해 골고루 장관직을 나눠 가졌다.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동맹·전진이탈리아 각 3명, 생동하는 이탈리아 1명, 여권으로 분류되는 자유와 평등(Leu) 1명 등이다.
전체 부처 수장 가운데 여성은 8명으로 34%를 차지했다.
새 내각은 13일 낮 12시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공식 취임한다. 새 내각 출범 전 마지막 절차인 상·하원 신임안 표결은 오는 17일로 잡혔다. 양원 모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기 전 총재는 표결 전 새 내각의 국정 운영 방향과 주요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적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드라기 신임 총리는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 관리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 이사,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지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경제·금융 전문가다.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 총재를 지낸 그는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붕괴 신호가 점등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때부터 그에겐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현지에서는 그가 유로존을 구했듯이 총리로서 이탈리아를 심각한 보건·경제 위기에서 회생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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