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참여 허용 업종 127개→2천개 확대…교육·보건·언론 등 제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경제 변화의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쿠바에서 민간의 산업 진출 범위가 대폭 확대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지난 10일 민간이 참여할 수 없는 124개 업종을 잠정적으로 발표했다.
이전까진 전체 2천100여 개 업종 가운데 민간 참여가 허용되는 업종이 127개뿐이었으나, 최근 쿠바 정부가 민간에 더욱 활짝 문을 열기로 하면서 민간 진입이 불가한 업종을 세는 것이 더 빨라졌다.
계속 국가 몫으로 남는 124개 업종엔 교육, 의료, 언론, 사법, 안보 분야 업종 등이 포함됐다. 광물 채취, 무기 제조, 연료 생산과 공급, 책 출판 등도 아직 민간이 참여할 수 없다.
여전히 국가 독점으로 남는 업종도 있지만, 민간에게 문이 열린 업종은 127개에서 2천 개 가까이로 대폭 늘어난다.
가령 이제 쿠바 일반 국민도 치즈나 페인트, 장난감 공장 설립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다만 기업 규모가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 수준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공산국가 쿠바는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1990년대부터 조금씩 민간에 산업을 개방해왔다. 그러나 규모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현재 쿠바 전체 노동자의 13%인 60만 명가량이 민간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상당수가 호텔, 식당, 택시 등 관광과 관련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은 대부분 '나랏일'을 하는데 이들의 벌이는 민간 종사자에 못 미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택시 기사나 식당 종업원이 의사나 과학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경제 개혁을 이어가고 있는 쿠바 당국이 이번에 민간에 대한 산업 개방을 대폭 확대한 데에는 깊어지는 경제 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금수 조치로 어려움을 겪어온 쿠바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권의 제재 강화로 더욱 위축됐다. 특히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쿠바 경제는 11%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수출은 40% 급감했다.
민간 개방 범위를 넓히면 위축된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쿠바 경제학자 리카르도 토레스는 이번 조치가 "매우 중요한 전진"이라며 "경제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레이히 미 상원의원이 트위터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표현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 업종이 많아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고 로이터와 NYT 등은 전했다.
쿠바 정부는 민간이 진출할 수 없는 업종과 세부 사항 등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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