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10주년 앞두고 후쿠시마·미야기 강타
자영업자 "단번에 밀어올리는 흔들림…코로나 속 지진 괴롭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휴일 심야에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 10주년을 한달도 안남긴 가운데 당시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현과 미야기(宮城)현 일대에 강한 지진파가 다시 덮쳐오면서 많은 시민이 공포에 떨었다.
지진은 13일 오후 11시 8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으며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 최대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6강이면 기어가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흔들림이 심한 상황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쿄 23구(區)의 진동은 이보다 훨씬 약한 진도 4에 그쳤으나 도쿄에서도 수십초 이상 꽤 강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지진은 후쿠시마나 미야기현 주민들이 10년 전 삶의 터전을 앗아간 대지진의 공포를 다시 떠올릴만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도(震度)는 특정 장소에서 감지되는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의 상대적 세기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지진파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리히터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이번 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발생해 불안을 가중했다.
NHK에 따르면 미야기현에서 주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10년 전의 대지진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단번에 밀어 올리는 것 같은 흔들림에 놀랐다"며 "코로나19로 매출이 떨어진 때에 이런 지진이 발생하다니 정말 괴롭다"고 밝혔다.
주말을 맞아 휴식 중이던 당국자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분 뒤인 오후 11시 9분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했다.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진 발생 15분 만에 숙소를 나섰다.
그는 지진 발생 20분 후인 11시 28분께 총리관저에 도착했다.
스가 총리는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인명 구조 및 정보 제공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정부 내 위기관리 담당자 역할을 겸하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스가 총리가 도착한 뒤 약 10분 후에 총리 관저 로비로 뛰어 들어갔으며 오전 1시 14분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가 총리는 오전 1시 58분께 총리관저에 대기 중인 기자들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쓰나미(지진 해일) 우려는 없다. 원자력 관계(시설)도 모두 이상 보고는 없다"며 "인명을 제일로 삼아 앞으로도 확실하게 대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두고두고 유권자로부터 혹평받는 것을 지켜본 자민당 정권은 지진 등 대규모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부각하려고 한다.
스가 총리는 14일 오전 9시에 관계 각료를 소집해 지진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지진은 동일본대지진 여진의 일종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14일 오전까지 부상자가 100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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