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치솟는 집값·커져가는 불평등에 삶의 만족도와 괴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지난해 2.3%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 GDP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젊은이들은 빠른 경제 성장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치솟는 집값과 커져만 가는 불평등, 오르기만 하는 물가 등 미래에 대한 절망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의견을 표출할 통로가 별로 없는 중국에서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 같은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온라인 광장을 만든다"며 "이곳은 국수주의 전시장이 되기도 하지만 경제성장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 사이 '심각한 괴리'를 읽을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이 지난해 GDP 발표 후 2028년이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헤드라인을 장식한 인상적인 숫자는 중국 젊은이들의 절망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적으로 지난달 천위루(陳雨露) 인민은행 부행장이 올해 물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밝히자 소셜미디어에서 분노가 들불처럼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완만한 성장? 그럼 우리는 끓는 물 속 개구리이고 당신은 계속해서 불을 지피는 거네!", "완만한 성장이란 가격이 두배로 뛰어오르는 것!"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우창(吳强)은 SCMP에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며 노동권은 보장받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중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은 '역설'"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 2019년 미국의 1인당 GDP가 6만3천200달러인 반면 중국은 1만200달러라고 전했다.
또 경제 자료 제공기관인 CEIC를 인용, 2019년 중국 GDP에서 개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이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약 30% 낮은 것이라고 전했다.
시시찬 푸단대 조교수는 "중국이 매년 많은 양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지만 자국내 소비자가 이를 소비하는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중국이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빈곤 사회 탈출을 선언했지만, 도시-농촌 간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년간 중국의 지니 계수는 0.46~0.49를 오갔으며, 이마저도 저평가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지니계수(0∼1)는 값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며, 대체로 0.4를 불평등의 한계선으로 본다.
시 조교수는 "결국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적이 GDP 수치를 보기 좋게 하는 것인지,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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