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당 48% 득표, 우파 정당 따돌려…이번에도 연정 불가피할 듯
(서울·로마=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 소국 코소보에서 1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이 좌파 정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15일 AFP·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개표가 99%가량 완료된 가운데 좌파 정당 자결당(VV)이 48%의 득표율로 17%를 얻은 우파 성향의 코소보민주당(PDK)을 멀찌감치 앞섰다.
VV와의 연정을 깨며 이번 조기 총선을 촉발한 중도우파 정당 코소보민주동맹(LDK)은 13% 득표에 그쳐 3위로 내려앉았다.
VV의 득표율은 2010년 첫 총선 도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2019년 10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VV가 26%, LDK가 25%를 각각 득표해 1∼2위를 차지했었다.
이번 총선 승리로 VV는 다시 한번 집권할 기회를 갖게 됐다. 다만, 이번에도 과반에 못미치며 다른 정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VV가 얻은 표를 의석 수로 환산하면 전체 120석 가운데 55석으로 추정된다. 과반은 61석이다.
VV 당수인 알빈 쿠르티는 이날 수도 프리슈티나에 있는 당사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정의와 일자리"라며 "앞에 놓인 길은 멀고 실수도 하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고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르티는 VV가 연정을 구성할 경우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AFP는 이번 총선 결과가 기존 정치권에 질린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VV는 만성화된 부패 척결, 엘리트화된 기성 정치 타파 등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이번 선거는 알빈 쿠르티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이던 작년 3월 실각한 뒤 11개월 만에 치러졌다.
VV는 지난 총선 이후 4개월 만인 2019년 2월 LDK와 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을 둘러싸고 LDK와 갈등을 빚었고, LDK 주도로 제출된 내각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하며 50일 만에 연정에서 쫓겨났다.
이후 LDK의 압둘라 호티 부총리가 총리로 임명돼 과도기 정부를 이끌어왔다.
차기 내각은 당장 코로나19 대응과 예방 백신 보급,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 등의 중차대한 과제를 짊어져야 한다. 앙숙 세르비아와의 관계 개선도 해묵은 숙제 가운데 하나다.
코소보는 1인당 국민소득이 4천300 달러(약 476만 원) 남짓으로 유럽에서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전체 인구 190만 명의 91%가 이슬람교도인 알바니아계다.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 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전쟁을 겪었다.
내전 종식 9년 만인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조차 거부해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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