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백신 2천회분 전달 요청…이스라엘 검문소에서 막혀
이스라엘 외교국방위원장 "백신 전달 조건으로 포로 석방·유해 송환 요구해야"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노재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선도해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백신 공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애초 자체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백신 잔여분 공급은 물론 팔레스타인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백신 물량의 가자지구 인도까지 지연시키면서, 이 문제를 포로 교환 문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코로나19 백신의 공급을 차단했다며 비난했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PA 보건장관 마이 알카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2천 회분을 가자 지구의 의료진용으로 이송하려 했지만, 점령 당국(이스라엘 당국)이 그것들(백신들)의 진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백신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팔레스타인 관리는 가자지구로 향하던 코로나19 백신들이 요르단강 서안의 한 검문소에서 저지당했다고 전했다.
이후 백신들은 저온 보관을 위해 PA 행정수도 격인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라말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한 보안 관리는 로이터에 스푸트니크 V 백신들을 가자지구로 보내는 것에 대한 당국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PA는 지난 4일 스푸트니크 V 백신 1만 회분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백신 공급을 포로 석방 및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와 연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협조관(COGAT)인 에얄 지비 대령은 의회 외교국방위(FADC)에 출석해 PA 측이 1만 회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중 일부를 의료진용으로 가자지구에 전달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 때문에 아직 백신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직접 가자지구에 백신을 전달하지는 않을 것이며 PA의 백신 전달을 허용할지에 대한 결정이 남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국방위원장인 트즈비 하우저 의원은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에 포로로 잡힌 2명의 이스라엘 시민에 대한 정보 요구를 백신 전달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2명의 포로와 2014년 가자 전쟁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2명의 이스라엘군 병사 유해 송환을 백신 전달의 최대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 리스트의 오페르 카시프 의원은 가자지구로 통하는 관문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윤리적인 책임을 지고 백신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시민을 억류한 것은 범죄지만, 인도주의 법은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이런 논쟁 자체가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지중해 연안의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주민 약 2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 강경한 하마스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독자적으로 통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경제적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가자지구 주민은 높은 실업률과 전기 및 식수 부족 등 열악한 여건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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