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업가치 인정은 '긍정'…혁신과 노동환경 '괴리' 비판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안팎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규모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이 사실상 미국 회사라는 점과 그동안 보여준 행태가 기업 가치에 걸맞은지를 놓고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 임원진 대부분 외국인…5% 이상 주주 모두 외국계
쿠팡이 국내 자본이 아닌 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상장의 과실이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는 이번 상장 주체가 미국 회사이고 창업자를 포함해 주요 임원 대부분이 외국인에다 주요 주주 역시 모두 외국계 자본이라는 데서 나온다.
쿠팡은 감사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운영되는 쿠팡 주식회사는 미국에 있는 '쿠팡 엘엘씨'(쿠팡 유한회사)의 '한국지점'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주체는 쿠팡 엘엘씨가 전환한 '쿠팡 아이엔씨'다.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을 두고 차등의결권제나 국내 규제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국 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일 뿐이란 시각도 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5% 이상 주요 주주는 모두 외국계 자금이다.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대략 37%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이 성공하면 비전펀드가 20조 원 넘는 투자 수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장 신청과 함께 공개된 쿠팡의 주요 임원진 역시 대부분 외국인이다.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 현장 직원에게도 무상 주식…"실제 수혜자 많지 않을 것"
쿠팡이 배송직원인 '쿠팡친구'(쿠친) 등 현장 직원들에게도 최대 1천억 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부여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쿠친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상장에 따른 '돈 잔치'에 소외되기 쉬운 현장 직원까지 배려했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쿠팡이 약속한 '1인당 200만 원 상당' 주식을 실제로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현장 직원에게 주겠다고 밝힌 주식은 1년 근무하면 50%, 2년 근무하면 나머지 50%를 주는 식으로 부여된다.
그러나 쿠팡 배송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는 것은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쿠친은 쿠친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1∼3달 안에 80% 정도가 그만둔다"면서 "떠나는 쿠친들을 잡으려 주식을 주겠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주식을 주는 것보다 현장 배송 여건이나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 '혁신' 내세우지만…현장에선 '글쎄'
쿠팡이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혁신'을 내세우며 성장해 왔지만, 노동계에서는 쿠팡이 현장 노동자들을 대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천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됐을 당시 쿠팡은 시종일관 '정부 당국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코로나19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안전 조치를 취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단 한 차례도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는 직원 84명과 가족·지인 등 총 152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도 '과로사'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사실 왜곡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쿠팡은 이후 이달 10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판정을 내리자 자사 홈페이지 뉴스룸에 '공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짧은 사과문을 올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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