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순위 기준에 '인종' '빈곤' 요소도 포함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 국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추진 중인 영국이 기존의 고령층, 의료진 등 외에 소수인종, 빈곤층도 백신 우선접종 대상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코로나19 위험분석 기법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나이, 건강 상태 등의 기준 외에 인종, 우편번호 등도 포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편번호는 경제적 궁핍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분류 기준으로 포함됐다.
실제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과 비좁은 주택에 사는 빈곤 지역 거주자 사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도를 측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나이였고, 이어 암이나 장기이식 등 건강 상태와 관련한 요인이었으나 인종, 빈곤도 등 더 복잡한 요인까지 고려하면 백신 우선접종 대상은 약 170만명 추가되는 셈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큐코비드'(QCovid)라 불리는 이 위험분석 기법에 따라 새로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분류된 이들은 늦어도 3월 말까지 담당 의사에게서 백신 접종과 관련한 서한을 받게 된다.
영국의학협회(BMA) 회장인 찬드 나그폴 박사는 "우리는 소수인종과 빈곤지역 사람들,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 코로나19의 사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다"며 "이들에게도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침에 영국 인종관련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종 평등 관련 씽크탱크인 러니미드 트러스트는 이를 '분수령'으로 표현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인종, 빈곤을 위험 요소로 고려해달라고 맷 행콕 보건장관에게 간청했다"며 "새 조치는 옳은 방향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자선단체인 센스도 "코로나로 인한 중증 질병 또는 사망 위험에 놓인 더 많은 사람에게 명확함과 확신을 심어준 조치"라고 환영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의료 종사자, 70세 이상, 요양원 거주자 등 약 1천500만명에게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영국 성인 4명 중 1명꼴로 백신을 맞은 셈이다.
이어 새 위험분석 기법에 따라 4월 말까지 1차 접종 완료 인원을 총 3천200만명으로 확대하고, 올가을까지 나머지 성인 2천100만명에게도 1차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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