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성공확률 50% "공포의 7분" 화성착륙 도전
화성과의 거리로 신호 도착하는 데만 11분20초 걸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17일 현재(이하 한국시간) 화성 목적지까지 약 4억7천만㎞의 대장정 중 300만㎞만 남겨놓고 있다.
긴 여정의 99% 이상을 마무리했으며, 19일 오전 5시48분 화성 대기권 진입을 시작으로 성공 확률 50%의 가장 어려운 관문인 '진입·하강·착륙'(EDL)에 나서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 부책임자인 제니퍼 트로스퍼는 브리핑을 통해 "로버가 현재 완벽하게 작동 중이며 모든 시스템이 착륙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수백 명의 기술진과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로버의 첫 신호가 들어오길 고대할 것이라고 했다.
퍼서비어런스호는 대기권 진입부터 착륙까지 약 7분에 걸쳐 수백 가지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정확히 작동하면 오전 5시 55분 목표 지점에 안착하게 되며, 곧바로 도착을 알리는 '땡'(ping) 신호를 보내게 된다.
화성과 지구는 워낙 거리가 멀어 신호가 도착하는 데만 11분 20초가 걸린다. 이는 EDL 과정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지구에서 알 때쯤이면 이미 상황이 끝나버린 뒤라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EDL을 '공포의 7분'이라고도 한다.
미국은 지난 2012년 핵추진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있고 이 착륙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개선했지만 '예제로(Jezero) 크레이터'가 평평하고 안전하던 이전 착륙지와 달리 곳곳에 위험한 지형을 갖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제로 크레이터는 수십억 년 전 강물이 호수로 흘러들면서 운반해온 퇴적물이 부채꼴 모양으로 쌓인 고대 삼각주로, 곳곳에 바위가 널려있고 모래 언덕이 있으며 70m 깊이의 벼랑도 도사리고 있다.
큐리오시티도 원래 이곳을 착륙 목표지로 삼았다가 너무 위험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퍼서비어런스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아내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해 위험해도 생명체 흔적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은 예제로 크레이터를 착륙지로 고수했다.
여기에는 착륙 과정에서 주변 지형을 신속히 탐색해 사전에 입력된 지도와 비교하며 착륙지를 더 정확하게 찾고, 위험물이 있으면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착륙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다.
트로스퍼는 "퍼서비어런스팀이 예제로 크레이터 착륙에 필요한 복잡한 '안무'에 대한 마무리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 "화성에서의 착륙은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는 로버를 화성 표면에 안착시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퍼서비어런스호의 EDL은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있다.
우선 대기권 진입 10분 전인 5시 38분에 태양광 패널과 연료통 등 화성까지 비행에 사용한 장비를 떨어내고 퍼서비어런스호를 보호각(殼)으로 둘러싼 진입 캡슐만 남게 된다. 이 캡슐은 소형 제어 로켓으로 진입 방향과 각도를 잡고 5시 48분 시속 1만9천500㎞로 대기권 진입을 시작한다.
대기권 진입 1분 만에 캡슐의 정면의 온도는 마찰열로 약 1천300도까지 오르고, 진입 4분 뒤인 5시 52분께 착륙 지점과의 거리를 계산해 초음속 낙하산을 펴게 된다.
진입 캡슐의 아랫부분에서 로버를 덮고 있던 열 방패는 낙하산 전개 후 20초 뒤에 떨어져 나가고, 화성 대기에 노출된 퍼서비어런스는 레이더를 직접 가동해 지상과의 거리를 판단하고 '지형 비교 항법'(Terrain-Relative Navigation)을 가동해 주변 지형과 미리 입력된 지도를 비교하며 안전한 착륙지를 찾는다.
낙하산과 연결된 진입 캡슐의 등 쪽 보호각은 5시 54분께 하강 장비인 '제트팩'(분사추진기)과 로버만 남겨두고 떨어져 나가고, 제트팩은 8개의 역추진로켓을 이용해 착륙지로 비행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호는 5시 55분께 착륙지 상공 20m에서 제트팩에 연결된 세 가닥의 6.4m 나일론 케이블에 매달려 걸음걸이 속도인 시속 2.7㎞로 표면에 착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화성의 대기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캡슐이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화성정찰위성'(MRO)과 '메이븐'(MAVEN) 등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과 유럽우구국(ESA)의 위성 5대가 동원돼 착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중계하는 임무를 맡는다. 특히 MRO는 착륙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전송해 5시 55분 착륙 직후 안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호의 착륙 시간은 5시 55분으로 돼 있지만 지구 전송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착륙시간은 11분 20초 전이 된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착륙 목표지에 안착하면 우선 주변 이미지를 촬영해 위성을 통해 지구로 전송하고,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앞서 한 달가량 기기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술 시연을 위해 퍼서비어런스호가 배 부위에 싣고가는 화성 헬기 '인저누어티'(Ingenuity)도 마찬가지다.
퍼서비어런스호가 수행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며, 미래 유인 탐사에 대비해 화성의 지질과 기후를 분석하고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탐사기술을 점검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할 화성 암석과 토양 시료를 채취해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주요 임무에 포함돼 있다. 이 시료는 NASA가 유럽우주국(ESA)과 공동으로 발사할 우주선이 수거해오게 된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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