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기록적 한파에 대규모 정전사태
대비 비용도 문제지만 '극한날씨 예측'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기후변화로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극한날씨'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전력 공급이 위험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미국 남부지역에서 기록적 한파로 벌어진 대규모 정전사태는 기후변화가 전력망 위협요인으로 떠올랐음을 경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정전사태가 빚어진 주(州)는 텍사스주였다.
지난 주말 겨울폭풍이 강타하면서 텍사스주에선 한 때 약 450만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정전현황 집계 사이트 '파워아우티지'(poweroutage.us)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오후 11시 현재도 330만가구가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텍사스 전력회사들이 추산한 겨울철 최대수요전력은 67GW(기가와트)였다.
텍사스는 기후가 온난해 통상 겨울보단 무더운 여름에 전력수요가 많지만, 겨울에 드물게 추위가 찾아오면 전력수요가 폭증한다는 점은 전력회사들도 알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 밖 한파에 많은 가구가 낡고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히터를 틀어댔고 결국 14일 저녁 전력수요가 전력회사 예측치를 넘겨버렸다.
한파는 전력수요를 폭증시켰을 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뚝 떨어진 기온에 발전소 장비가 얼어붙고 천연가스 품귀현상으로 가스발전소들이 연료를 구하지 못하면서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15일 텍사스주 전력 생산가능량에서 30GW가 빠졌다.
풍력발전 단지에서도 발전기 터빈이 멈춰 4.5GW 생산량 손실이 발생했다.
NYT는 "텍사스주 전력망은 연중 가장 더운 때 전력을 대량 송전하는 데 최적화돼 기온이 급락했을 땐 대비가 안 돼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기술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텍사스주보다 더 추운 지역에서도 발전은 이뤄지고 있고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설비를 도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예측 불가의 상상하지 못한 극한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NYT는 "전력회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다면 전력망이 가혹한 상황에도 견디도록 설계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전력망은 설계에 적용한 과거의 상황에서 훨씬 벗어난 극단적인 날씨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한 번 정전사태가 빚어지면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나기에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에너지시스템 공학자인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기계항공공학과 조교수는 "얼마나 많은 보험을 들어둘 것인지의 문제"라면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기후변화와 함께 과거가 미래의 지침이 돼줄 수 없는 세상에 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예상 밖 일에 훨씬 잘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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