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세계의 면역 실험실'을 자처하며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해온 이스라엘은 최근 심각한 '접종 정체'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다양한 미접종자 압박 수단과 접종자에 대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접종에 다시 속도가 붙었지만 아직도 집단면역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고령자 위주로 접종이 진행되던 초기와 달리 이제 이스라엘에서는 16세 이상이면 누구든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자발적인 접종을 거부하거나 미루고 있는데 과연 그 이유는 뭘까.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이 17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전역의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조사에서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고 밝힌 응답자 중 41%는 그 이유(복수 응답)로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꼽았다.
또 '백신의 효능이 불확실해서'라는 응답 비율은 30%였고, 단순히 시기를 늦췄을 뿐 조만간 백신을 맞을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27%였다.
이 밖에도 10%는 소셜미디어에 나온 '정보'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는다고 했고, 4%는 정부가 백신 접종자에게 제공하는 이익이 충분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일부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의 영업과 운영을 재개하는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실행한다. 다만, 백신 미접종자는 헬스클럽과 호텔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정부의 조치가 비접종자의 마음을 접종 쪽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지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46%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 접종자 활동 제한이 향후 접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31%였다.
6주간의 강력한 봉쇄 정책과 함께 발 빠른 백신 접종이 이뤄진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감염 재생산지수 등 지표도 안정세를 보인다.
그러나 청소년과 아동층에서 감염 사례와 중증 환자 수가 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백신 임상결과가 없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백신 접종 대상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임상 자료가 나온다 해도 자녀들의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는 별도의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채널 13 방송이 설문조사 업체 루시넥을 통해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15세 자녀에게 백신 접종시키겠다는 응답 비율은 41%였다. 29%는 접종에 반대, 30%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까지 이스라엘의 1차 접종자는 407만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명)의 44%에 육박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268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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