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션지 인터뷰서 나발니 중독 치료 관련 등 소회 밝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나발니는 물러서지 않고 있고, 나도 그럴 것이다."
독극물 중독 증상에서 회복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44)가 미국 여성 패션 전문지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중독과 독일 병원 치료과정 등과 관련한 소회를 털어놨다.
인터뷰 자체는 나발니 부부가 지난달 17일 독일에서 러시아로 귀국하기 전인 같은 달 11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TV 방송 채널 '도즈디'(비)가 17일 전한 인터뷰 주요 내용에 따르면 율리야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된 나발니가 18일 동안이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의 심경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의 옆에 앉아서 얘기하고 의사들이 치료하도록 놔뒀다"고 전했다.
또 "굽히지도 무너지지도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지도 않으려 했다"면서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버티고 사소한 일과 충고, 남의 의견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 애썼다"고 털어놨다.
율리야는 스스로 사회활동가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다"면서 "정치인의 아내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 또 내가 자신의 자리에서 하는 일이 어느 정도는 정치"라고 말했다.
대신 남편과 자주 여성과 관련된 법률 문제에 관해 토론한다면서 남녀 임금 불평등, 미혼모, 자녀 유치원 입학, 교육 등이 그런 문제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편이 내게 무섭지 않냐고 물으면 '내가 겁쟁이인 걸 잘 알지 않느냐'고 답한다"면서 "그러면 남편은 '당신은 겁쟁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용감하다'고 격려해 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발니가 치료 후 러시아로 귀국하는 것에 대해 "조금 두렵긴 하다. 특히 지난해 8월 (중독 사건) 이후엔 더 자주 그렇다"면서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있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율리야는 향후 계획에 대해 "우리가 처한 특수 환경에서 하루만을 살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가 잘 끝났으면 행복하게 느낀다. 왜냐면 내일은 모든 것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율리야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과학자 부친과 경공업 관련 부처에서 일하는 모친 사이에서 성장해 플레하노프 경제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다.
나발니와는 1998년에 만났다.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불명일 때 결혼 20주년을 맞았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첫 딸을 돌보려고 휴직했다. 그 딸은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율리야는 시부모를 도와 가구 판매업을 몇 년간 하다가 둘째 자녀로 아들이 태어나고, 나발니가 점점 주목을 받게 되자 가사에 전념했다.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수감됐다.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는 자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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