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전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국적 지우기부터 하지 말아야죠."(트위터 이용자 A씨)
"외국어인 똠얌꿍, 오코노미야키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듯 우리도 우리말을 써서 우리 것임을 확실히 알려야 해요."(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B씨)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이 김치와 한복 등 한국 주요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억지 주장을 잇따라 내놓자 분개한 한국 누리꾼들이 우리 문화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 "한복이 명나라 의상이라니"…연이은 문화 왜곡에 누리꾼 '분통'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은 중국이 현재 자국 영토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연구 사업 동북공정을 문화 분야에 적용한 표현이다.
지난해 11월 초 중국 게임회사가 '한복이 명(明)나라 의상'이라는 자국 이용자들 주장에 동조한 것을 계기로 문화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져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작년 11월 29일 절임 채소 파오차이(泡菜)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에 맞춰 제정된 것을 두고 "중국의 김치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 우리의 김치 국제 표준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에는 중국 유명 유튜버가 김치를 자국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글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김치 기원이 중국으로 등록된 사실도 알려졌다.
이달에는 중국 백과사전 사이트 바이두(百度)에 윤동주 시인과 독립운동가 이봉창, 윤봉길 국적이 조선족으로 표기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 "우리 전통은 우리말로 우리 것임을 알려야"
한국 누리꾼들은 중국의 문화 왜곡에 대해 항의하는 수준을 넘어 왜곡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전통문화 바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누리꾼들은 우선 우리 전통문화의 외국어 표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이해를 돕는다는 이유로 고유어 없이 외국어로만 풀어쓰면 우리 문화 정통성을 약화하고 문화 왜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떡을 '라이스 케이크(rice cake)', 씨름을 '코리안 레슬링(Korean wrestling)', 설날을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 등으로 번역해 부르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떡(Ddeok)', '씨름(Ssirreum)' 처럼 한국어 발음 그대로 쓰고, 그 뒤에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당부다.
지난달 트위터에는 '전통문화를 외국식으로 번역해 한국 색채를 모두 지워버리니 외국에 뺏기기 쉬워진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1만 번 이상 리트윗됐다.
한 누리꾼은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한국 것을 쉽게 빼앗기는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 문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먼저 고유어를 사용해 한국 전통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라이스 케이크'라는 말로는 떡이 한국 음식인 것을 알 수 없다"와 같은 댓글을 달며 동의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한국어 고유명사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해외에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태권도(Taekwondo), 고추장(Gochujang), 온돌(Ondol) 등 한국 전통을 가리키는 단어를 외국어로 풀이하지 않고 고유어 그대로 사용해 이들이 한국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반크 관계자는 "언어에는 (언어 사용자들의) 정체성이 담겨있다"며 "한국 전통문화가 '한국 것'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유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유어를 통해 한복, 씨름 등이 명백한 한국의 전통문화임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고유어를 사용해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한국문화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문화 동북공정에 단순히 분노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홍보를 통해 우리 문화를 스스로 지키고 알려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shinda0206@yna.co.kr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