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시민불복종 선동자 수배"…승려 등 괴한들, 시민에게 폭력(종합)

입력 2021-02-18 22:56  

군부 "시민불복종 선동자 수배"…승려 등 괴한들, 시민에게 폭력(종합)
13일째 미얀마 쿠데타 항의 시위에 대응 수위 높여…물대포·고무탄 다시 등장
'차량 버려두기·저속 주행' 공무원 출근 막기 시위 확산…군정 웹사이트 해킹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13일째 이어지는 쿠데타 항의 시위 기세를 차단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체포된 인사가 500명에 육박하지만, 시위나 시민불복종 운동이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부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와 시민불복종 운동을 촉구해 온 가수와 배우, 감독 등 유명인사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군정은 이들이 공무원들에게 시민불복종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혐의(선동)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엔 반(反) 군정 활동가 민 코 나잉 등 7명을 수배했다.
민심에 영향을 끼치는 이들의 손발을 묶어 시위 동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495명이 군부에 의해 체포·구금됐고, 이 중 460명이 여전히 구금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대낮에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시위 참여를 막으려는 군정의 계책이라는 시각이 있다.
SNS에는 승려 두어 명과 성인 남성 몇 명이 양곤 시내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 차량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영상이 올라왔다.
미얀마 타임스는 '승려 차림' 괴한들이 바한 구(區)에서 차량 수 대를 공격해 최소한 한 명이 다치고 차량 4대가 파손됐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다친 남성은 언론에 "앞의 차 두 대가 공격당하는 걸 보고 '사진 찍어'라고 외치자 승려 등 10명가량이 와서 나를 때렸다"고 말했다.
군부가 지난주 2만3천여 명을 전격 사면했을 때, 현지에서는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괴한들의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다시 사용했다.
북부 까친주 미치나에서는 새총이 동원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SNS에서는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얀마 국민들은 13일째 쿠데타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고장 난 차 버려두기' 시위도 양곤 시내 곳곳에서 이틀째 진행됐다.
차량이 고장 난 것처럼 도로 한가운데에 세워놓아 군경의 이동에 지장을 주고 공무원들의 출근을 막자는 시위 방식이다.
도로 한가운데 앉아 신발을 묶거나, 중심가 도로를 계속해서 돌며 차량 운행을 방해하거나, 아주 낮은 속도로 차량을 운전하는 방식의 시위도 등장했다.
'저속 운행' 시위에 참여한 꼬 소 민은 로이터 통신에 "공무원들이 늦거나 아예 일터에 갈 수 없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밤마다 군경의 총기 발포로 공포감이 커지는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계속 거리로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얀마 최초 통일 왕조인 바간의 수도였던 중부 바간에서도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군사 정권이 운영하는 주요 기관 사이트에 대한 해킹 공격도 이뤄졌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해커들'이라고 소개한 해커 단체는 중앙은행과 미얀마 군부 선전국, 국영 MRTV와 항만청 웹사이트 등을 해킹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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