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대형 규탄문구, 아파트 벽 투사, 차량 버려두기·저속 운행 등 '기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도로에서 벽, 지붕까지. 냄비에서 차량, 운동화까지.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의 쿠데타에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시위로 맞서고 있다.
선거로 국민이 뽑은 정부를 무력으로 짓밟은 군부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더 많은 시민의 참여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19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로 위 대형 반(反) 쿠데타 문구' 시위가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작해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문구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We Want Democracy)에서부터 '독재 반대(No Dictatorship), '미얀마를 구해달라'(Save Myanmar) 등 다양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 언론에 빈번하게 소개되자, 미얀마 군정은 서둘러 이를 지우고 있지만 시위대는 또 다른 곳에 페인트로 문구들을 적어나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이 지우지 못하도록 도로가 아닌 지붕 위에 이런 메시지를 칠하기도 한다고 또 다른 현지 매체가 전했다.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가 시행 중인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밤마다 아파트 벽에 쿠데타를 비판하거나, 시민불복종 운동 참여를 촉구하는 그림과 메시지가 투사된다.
군정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메시지를 투사하는 벽의 위치는 매번 달라진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아이디어를 따 온 '벽에 포스트잇 붙이기'도 양곤에서 확산하고 있다.
시내 중심부 흘레단 등에서 쿠데타 규탄 및 문민정부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는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도구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쿠데타 발발 초기 거리 시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각 가정에서 냄비와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큰 소리를 냈다.
미얀마에서는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악마를 쫓아낸다는 의미라는 점에 착안한 방식이다.
지난 17일부터는 양곤을 중심으로 주요 도로에서 '자동차 버려두기' 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마치 자동차가 고장 난 것처럼 앞부분 후드(엔진룸 덮개)를 들어 올린 채 도심 도로는 물론, 외곽과 양곤을 잇는 교량 등에 버려두는 시위 방식이다.
군경 이동을 막는 목적 외에도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출근을 늦추거나 아예 막기 위한 방안으로 확산하고 있다.
18일에는 양곤 시내 주요 도로에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차량 행렬의 모습(https://twitter.com/i/status/1362433787339018242)이 SNS상에서 주목을 받았다.
교통경찰이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낼 것을 요청하면, 인근에 있던 시위대가 길게 줄지어 도로를 건너거나 신발 끈을 묶는다며 아예 도로 위에 앉아 차량을 막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SNS에 '저속 운행' 시위 영상을 올리며 '기발하지만 합법적인(시위)'라는 평을 남겼다.
이런 시위는 군정이 인터넷을 차단하기 전인 전날 밤 SNS를 통해 '내일 차량은 고장 나지 않는다'라거나 '내일은 아주 빨리 차량을 운전하자'라는 정반대 의미를 담은 시위 메시지를 전달받은 이들에 의해 진행된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